사기 혐의로 전국에 지명수배된 뒤 종적을 감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65)씨가 구권화폐 사기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모(43)씨와 조모(61)씨는 전 전 대통령 시절의 구권화폐 비자금설을 미끼로 피해자 L, K씨에게 접근했다. 이씨 등은 2006년 6월 L, K씨에게 “전 전 대통령 구권화폐 비자금 65억원이 있는데 실제 금액보다 30%싸게 살 수 있다”며 “우리가 45억원은 만들었는데 5억원 정도 부족하니 이를 빌려주면 이후 6억원으로 갚겠다”고 장담했다.
특히 이씨 등은 L, K씨가 반신반의하자 전경환씨를 동원했다. 조씨는 같은 해 6월 중순 한강시민공원 선상카페에서 전씨를 만나 식사를 했고, 이때 이씨는 옆자리에 L, K씨를 대동하고 나타나 이 모습을 보여주며 친분을 과시했다. 때문에 구권화폐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은 L, K씨는 2006년 6, 7월 동안 모두 2억1,000만원을 이들에게 건넸다.
그러나 이후 거짓임이 드러났고 L, K씨는 이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변찬우)는 이날 다른 혐의로 이미 구속돼 있는 이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에 따라 전씨가 구권화폐 사기범들과 어울려 ‘바람막이’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이씨 등이 아는 사람을 통해 전씨를 소개 받은 뒤 ‘형님, 형님’하며 쫓아다닌 것 등 정황으로 보아 이씨 등의 사기 행각에 전씨가 이용 당한 것 같다”며 “전씨가 소재불명이라 직접 조사는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2004년 한 건설업체 대표에게 접근해 ‘1,000억원의 외자유치를 도와주겠다’며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7억원으로 받아 챙긴 사기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된 상태다.
당시 고소인은 “전씨가 액면가 1억달러 짜리 미 재무성 채권과 1만원권 구권 다발을 보여주며 막대한 비자금을 갖고 있는 것 처럼 행세했다”고 주장했다. 성남지청은 전씨가 종적을 감추자 2005년 2월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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