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하마 유미코 지음 / 김한웅 옮김 / 이산ㆍ336쪽ㆍ1만5,000원
히말라야 산맥, 에베레스트 산으로 각인되는 험준한 땅. 네팔, 부탄, 미얀마 등과 인접해 있는 ‘세계의 지붕’. 그러나 독립에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중국 지배하의 땅.
망명 정부를 이끄는 정신적 스승, 달라이라마의 힘이 도처에 충만한 곳. 그러나 한국서는 독특한 관광지의 차원에 머물기 십상이었던 티베트의 역사와 문화가 총체적으로 살아 온다.
<티베트, 달라이라마의 나라> 는 신화와 함께 사는 곳, 티베트를 역사적으로 소개한다. 나라는 잃었다. 그러나 갈수록 뚜렷해지는 문화적 정체성은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족하다. 티베트,>
그것은 물질을 경원시하는, 영혼에의 여행이다. 매력적인 여행 상품으로서의 티베트가 아니다. 언제나 “옴 마니 핏메 훔”을 읊조리며 보살의 자비에 감사하는 티베트 사람들의 이야기다.
1951년 중국 인민 해방군 부대의 침입을 처음 당한 티베트는 이후 문화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잔인하게 유린됐다. 99년, 수도 라싸에서 벌어진 소수 민족 대회 대운동회에서 한 티베트 남자가 중국 국기를 끌어 내리고 티베트 국기를 게양하려다 체포돼 초주검이 된 사건은 독립을 열망하는 티베트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책은 그들의 자존 의식을 높은 문화력에서 찾는다.
처음에는 몽골 제국, 다음은 대청제국, 지금은 그 대상이 미국인이나 타이완 화교다. 공교롭게도 티베트 불교가 세를 떨친 곳은 언제나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곳이다. 이 같은 상황은 티베트를 정치적으로 복속시킨 중국 사회주의 체제가 정신적ㆍ경제적으로 빈곤한 곳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책은 쓴다.
책의 대부분이 티베트인들이 섬기는 성자 이야기, 그들의 웅숭깊은 불교 문화, 독특한 생활 문화, 외지를 매료시키는 오리엔탈리즘 등 문화적 풍요에 바친 뒤, 현재의 정치적 질곡에 대한 상술에 할애돼 있는 이유다.
저자 이시하마 유미코(石濱裕美子)는 와세다 대학 교육학부 교수로 일본의 대표적 티베트 연구가다. 그의 저작에는 티베트 불교에 속하는 티베트, 몽고, 만주, 중국 간의 관계가 두루 포섭돼 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달라이라마(‘바다의 고승’이란 뜻)라고 하는 큰 바다로 티베트 문화의 정수가 모여드는 과정을 음미해 달라”고 썼다. 달라이라마와 대화하는 모습도 수록돼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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