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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548일 남장체험' '남자세계'로 숨어든 여성 저널리스트의 잠입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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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548일 남장체험' '남자세계'로 숨어든 여성 저널리스트의 잠입 보고서

입력
2007.09.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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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라 빈센트 지음ㆍ공경희 옮김 / 위즈덤 하우스 발행ㆍ332쪽ㆍ1만1,000원

화성과 금성에서 날아온 외계인이라는 어떤 책의 제목처럼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궁금해하지만, 그 깊숙한 세계를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 혹시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성별로 변장하고 상대방이 어떤 세계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를 알아보자’ 는 상상을 한 번쯤 해보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 상상을 실제행동으로 옮긴 용감한 여성이 있다.

주인공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컬럼니스트였던 노라 빈센트. 노라는 30세 여성 저널리스트라는 정체성을 감추기 위해, 근육운동을 하고 음악학교에서 남자답게 말하는 발성법을 익히고 붕대로 가슴을 조이며 인공성기를 부착하고 35세의 남성 ‘네드 빈센트’ 로 탈바꿈한다.

어려서부터 레이스 달린 옷, 프릴, 인형놀이를 싫어하고 선머슴 같이 자라왔던 노라는 ‘남자로 살아보는 일’은 ‘TV나 잔디밭에서 콘서트를 구경하다가 대형공연장에 들어가는 일’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548일간의 ‘남장프로젝트’를 경험한 뒤 저자는 정신과치료를 받아야할 만큼 큰 충격을 받는다.

남성들의 여가, 일, 우정, 성적(性的)판타지, 사랑 등을 이해하기 위해 지은이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남장을 한 지은이는 백인남성노동자들의 사교클럽인 볼링클럽의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이들과 어울려 섹스클럽을 찾기도 한다.

많은 여성들과 데이트도 하고 수련수사로 수도원생활도 경험한다. 대학시절 강력한 페미니즘의 세례를 받았기에 ‘남성들은 가부장적인 체제를 고수하며 특권을 누리는 당당한 존재’ 라고 생각했지만 저자의 선입견은 이 같은 경험들을 통해 송두리 채 뿌리뽑힌다.

섹스클럽을 찾은 남성들은 상처와 고통, 절망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직장, 일터, 수도원에서 만난 대부분의 남성들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 일을 어려워하는 불행한 존재였다.

지은이는 그 고통을 “남성성은 모든 남자가 짊어진 납덩이 같은 신화” 라는 문장으로 요약한다. 조금이라도 남성이 약한 면을 보이면 사회는 그를 짓밟아버리려 하고, 쓸모없는 멍청이 취급을 하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여전히 가족과 여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남성의 신화’ 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고통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란 분노나 허장성세에 불과했다.

남성에 대한 지나친 동정적인 시각으로 썼다는 비판이 따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은 분명히 존재하는 ‘남성존재의 구멍’ 을 보여줌으로써 남성과 여성 어느 쪽이 더 고통을 받고 있느냐를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이야기한다.

좀더 서로의 입장과 심리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인간 모두가 약점과 콤플렉스를 가진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에서 출발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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