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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들뢰즈 사상의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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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들뢰즈 사상의 분화'

입력
2007.09.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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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우 등 지음 / 그린비 벌행 / 280쪽·15,900원

“영화는 운동을 이미지화시킬뿐 아니라, 운동을 정신화시킨다. 정신적 삶은 정신적 운동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철학에서 영화로 가고, 마찬가지로 영화에서 철학으로 간다.” 요즘 회자되는 영화론이 아니다. 1986년 <뇌는 스크린이다> 에서 그는 통찰했다(1권 252쪽).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1925~1995) 본격 이해의 장정이 시작됐다. 도서출판 그린비는 ‘리좀 총서’라는 깃발 아래 들뢰즈 사유의 탐구에 들어가, 첫 성과물로 <들뢰즈 사상의 분화> 를 내놓았다. 리좀이란 정치ㆍ문화ㆍ예술 등 철학과 긴밀하게 연관돼 무한 증식하는 사유 체계를 뜻하는 들뢰즈의 용어다.

이 시리즈는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한국의 지식계를 사로잡은 들뢰즈 붐을 잇는다. 정치 분야는 물론 문학 예술(소수문학론), 역사(대중독재론), 신학(해방신학론), 철학(존재론과 형이상학) 그리고 영화까지 포섭한 들뢰즈의 사유를 총체적으로 점검하자는 것이다. 막 선뵌 첫 책은 스피노자 – 니체 – 베르그송의 계보를 이으며 ‘영구 혁명’을 부르짖은 들뢰즈 철학의 얼개를 파고 든다.

들뢰즈 철학은 좌파 운동에까지도 미친다. 마르크시즘 이후 포스트모더니즘과 후기 자본주의라는 시대적 흐름, 이민ㆍ이주민ㆍ청년 등 막 형성중인 사회 주체들에 의한 변화의 가능성을 읽어내는 틀을 제공한 것이다. 그러한 정치 철학적 시선의 결과가 <천의 고원> 이다.

그의 철학은 미래를 읽어내는 준거틀이 되기도 한다. 네트워크를 통제하는 자에게 권력이 이전된다는 네토크라시 사회론, 접속을 전제로 하는 사이버 사회론, 그의 철학을 생명 철학으로 번역한 생태주의, 그리고 페미니즘론과 탈식민주의론까지 들뢰즈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뒤를 이을 것으로 현재 확정된 책은 <들뢰즈 이해하기> , <들뢰즈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 , <유동의 철학> , <들뢰즈와 언어> 등 모두 8종. 총서를 기획한 철학 연구소 소운서원(www.sowoon.org)은 이 밖에도 들뢰즈 철학의 한국적 수용에 대해 알려줄 논문, 번역, 저작 등을 모집중이다.

적잖은 사람들은 아직도 철학하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언어로 들쑤시고, 따지고 하”는 학문, 즉 독일 철학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한국 철학계의 거두인 고 박홍규 교수는 1982년 6월 어느날 수업 중 그렇게 한탄했다. 영미 분석 철학 등 철학이 자초한 고립적 상황을 지적한 말이다. 박 교수가 말한 바, “모두가 알아듣는 말을 가지고 철학”하는 학자의 좋은 예가 들뢰즈다.

1984년 숨진 철학자 푸코는 예언했다. “언젠가 이 세기는 들뢰즈의 날들로 기록될 것이다.” 이 총서는 한국이 기억하는 들뢰즈의 영광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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