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는 파업을 노동자 권익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노조의 존재이유나 목적으로 여기는가. 어제 저녁 또 파업찬반 투표를 시작한 현대차노조는 '일단 파업하고 보자'거나 '파업만이 집행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경제와 기업을 인질로 잡고 턱없는 요구를 무조건 들어달라고 하니, 그런 악의(惡意)가 아니라면 다른 무엇이라고 해석하기 어려울 정도다.
노조의 요구사항을 보면 그들이 파업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의식과 행태가 분명히 드러난다. 새로운 차종이나 기술을 개발할 경우 노조에 통보해 합의를 받아야 한다거나, 국내 일감이 줄어들 경우 해외공장의 일거리를 끌어와 노조원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라는 요구 등은 결렬을 노린 것이지 합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회사가 경영권을 올바로 세워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해 나갈 발전전략을 짜기가 근본적으로 어렵다.
현대차 노조라면 떠오르는 것은 상당한 임금수준과 습관적 파업결의다. 노조는 지난 1년 동안 3번 파업을 결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본급 성과급 격려금이 '파격적인 수준'으로 올랐다.
이번에는 다시 파업을 궁리하면서 '돈이나 처우' 대신 경영전략에 관해 시비를 걸고 있는 셈이다. 노조가 임금과 처우에 대한 불만 대신 얼토당토 않은 요구를 앞세워 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이유로밖에 볼 수 없다.
현대차라는 기업은 그곳 노동자들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직장이 아니다. 우리 경제의 중요한 버팀목 중 하나인 대기업이다. 그리고 수십만 근로자가 직ㆍ간접적으로 밥줄을 대고 있다. 세계적 경쟁업체들이 스스로 인력 전환배치 등을 통해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고 새로운 활로를 찾느라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들이 바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이 강해져야 노조도 건강해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회사가 발전해야 고용 안정도 확보된다. 현대차노조는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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