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석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30일 “현행 연금제도가 계속 시행될 경우 사학연금은 기금고갈 상태인 공무원연금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부는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학연금 관리 최고 책임자자 정부에 연금제도의 수술을 직접적으로 촉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8월 현재 사학연금 가입자는 총 25만명이며, 재정은 9조원 규모다.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지낸 서 이사장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한국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가입자들이 적게 내고 많이 받아가는 구조는 사학연금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이 된다”며 “이런 수급구조가 지속되는 한 2018년이면 재정 적자가 발생하고, 2026년이면 기금 고갈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령화로 급여 대상자는 갈수록 늘어나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을 주게되는 반면, 가입자는 저출산으로 점점 줄어들어 재정 압박이 심화할 것이라는 게 서 이사장 진단이다. 사학연금 수급자는 2만5,000명 정도로, 이들에게는 매년 1조500억원의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4대 공적연금(공무원ㆍ사학ㆍ군인ㆍ국민연금)의 하나로 사학연금과 거의 동일한 구조의 공무원 연금은 이미 1993년 재정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02년에기금이 완전 고갈돼 정부가 매년 1조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서 이사장은 “정부는 현행 저부담 고급여의 수급 구조를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며, 사학연금도 다른 공적연금 개혁과 동시에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이사장은 자체 연금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단 내에 ‘사학연금제도개선협의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협의회에는 전국교직원노조 등 교직원단체, 시민단체, 법인단체 대표 등 22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내달 중 제도개선 시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는 사립학교 교직원들의 관심사인 연금 재정 운용과 관련, “채권 비중을 줄이는 대신 주식과 대체투자 및 금융상품 비중은 대폭 높였다”며 “7월 현재 자금운용 수익률이 지난해의 2배 가까운 11.6%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주식의 경우 44.7%의 수익률을 냈고, 사회기반시설 민간투자 등 대체투자 수익률도 1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서 이사장은 “정부는 사학연금에 보조금 한 푼 지급하지 않으면서 사사건건 통제하고 있다”며 “운용의 자율성이 확보돼야만 수익률을 높여 재정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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