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학위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35ㆍ여)씨와 관련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신씨의 교수 임용 결정 당시 학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국대 이사회 참석자들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신씨의 교수 임용을 결정, 이‘이상한 침묵’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0일 본보가 입수한 2005년 8월 30일 동국대 이사회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참석 이사들은 신씨의 자격 등을 놓고 아무도 문제를 삼지 않았고 신씨는 9월 대학원 미술사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이사회에는 당시 홍기삼 총장과 장윤 스님, 영담 스님 등 이사 10명, 감사 2명 등이 참석했다.
홍 전 총장은 학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신씨의 임용을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장윤 스님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의 개입설을 흘린 진앙지로 지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신씨의 이름은 단 한번만 거론됐다. 그것도 “신정아 대학원 미술사학과 조교수 외 6분을 특별 채용한다”는 이사회 총무부장의 안건 소개에 불과하다. 오히려 이사회에서는 법대에서 임용키로 했던 다른 2명의 교수 후보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오갔다. 신씨의 의혹을 학내에서 처음 제기한 장윤 스님도 이 때는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사회가 열릴 당시 미술계에서는 신씨의 학력 위조 소문이 돌고 있었던데다, 미대 일부 교수들도 “동양미술사 전공 교수가 필요한데 신씨는 서양미술 전공 아니냐”며 임용을 반대했던 상황에 비춰 이사들이 일언반구도 없이 신씨의 특별채용 안건을 그대로 통과시켰다는 점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동국대의 교원 임용은 재단 이사회 소관사항으로,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신씨 채용에 대한 이사진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처럼 이 같은 결정의 배후에 홍 전 총장보다 더 높은 윗선이 존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현 동국대 이사인 영담 스님은 “당시 신씨의 임용을 반대했던 모 교수와 홍 전 총장이 토론을 거쳤다”며 “홍 전 총장이 ‘교수 수가 절대 부족하니 일단 뽑고 이후 다른 교수를 또 영입하겠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교수들의 반대가 있으면 이사회도 교수 채용을 결정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씨의 학력위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잠적 중인 장윤 스님에 대해 “다음달 3일까지 검찰에 나와달라”는 출석요구서를 전등사와 조계종 측에 전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홍 전 총장에 대해서도 “장윤 스님을 먼저 조사해야 하나 3일 이후에도 스님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홍 전 총장을 먼저 조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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