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서 실종됐다 차례로 한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임모(25)씨 등 여성 회사원 2명은 돈을 노린 연쇄 택시살인강도단의 계획적 범행에 희생된 것으로 드러났다. 용의자들은 20일에도 서울 강남에서 20대 여성을 추가 살해했고, 지방 원정 범죄까지 모의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30일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박모(35ㆍ택시기사), 송모(38ㆍ무직), 이모(30ㆍ무직)씨 등 3명을 붙잡아 수사 중이다. 박씨 등은 경찰에서 “3,000만원을 모아 음식점을 차리려고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기로 했다”며 “12일부터 홍대 근처에서 기회를 노리다 임씨 등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가 택시를 몰며 범행대상을 노리다 18일 새벽 2시16분께 홍대 한 커피숍 앞에서 임씨와 김모(24)씨를 태우자 렌터카로 택시를 뒤따르던 송씨 등이 뒷좌석에 올라타 흉기로 위협한 뒤 신용카드 비밀번호 등을 알아냈다.
이들은 임씨의 휴대폰을 통해 은행의 자동응답(ARS) 시스템에서 현금인출 한도액(100만원)을 확인, 임씨 등을 살해한 뒤 김포대교에 올라가 한강에 버렸다. 이들은 범행 후 송파구 석촌동으로 이동해 한 편의점에서 임씨의 신용카드로 100만원을 인출했다.
박씨 등은 20일 새벽 2시 택시와 렌터카를 이용한 같은 수법으로 지하철2호선 강남역 근처에서 김모(27ㆍ여)씨를 납치해 팔당댐 부근에서 살해했다. 이들은 “지방으로 내려가 추가 범행을 하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씨와 김씨의 휴대폰 기록을 통해 범인들의 동선을 파악한 후 수십만 건의 통화내역을 분석, 박씨 등 3명이 동선이 일치하는 점을 확인해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택시와 흉기, 현금 인출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특정 상표의 모자, 인출한 돈 중 남은 70만원을 증거로 확보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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