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잡기엔 그만이죠. 모양이 워낙 독특해서 예술작품인줄 아는 사람도 많아요.”
분당에 사는 주부 박인정씨 집 식당에는 방문객 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멋진 조명등이 달려있다. 부드러운 인디고블루 계열의 커다란 꽃잎이 넝쿨이 되어 매달린 모양. 전등을 켜면 은은한 불빛이 식탁 위에 신비로운 입체감을 더해주는 데, 가만 들여다보니 소재가 특이하다. 어라, 벽지 아냐!
벽지는 벽에 바른다는 고정관념은 이제 폐기처분해도 좋겠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집안에 포인트를 주기위한 화려한 무늬벽지가 쏟아지면서 벽지의 쓰임새도 다양해지고 있다. LG화학 인테리어자재 Z:IN의 송현희 디자이너는 “최근 포인트 벽지용으로 출시되는 실크벽지들은 광택 있는 재질에 매끈한 감촉, 독특한 무늬 등이 멋스럽고 견고해서 인테리어 소품 제작용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말한다.
천연비누와 향초 만드는 일을 하는 박인정씨는 방 한쪽을 커다란 꽃무늬 벽지로 도배하면서 남은 자투리 벽지를 갖고 인테리어 소품들을 만들었다. 제과업체서 디스플레이어로 일한 전력이 있어 눈썰미가 뛰어난 데다 뭐든 뚝딱뚝딱 만들기 좋아하는 성미라 남들은 미처 생각하기 어려운 조명등에 도전했다.
“얼마 전 한지공예가 작품전을 보러 갔었는데 종이로 만든 조명등이 너무 멋진 거예요. 그래서 벽지가 남은 김에 조명 갓을 만들어 보자 싶었지요. 벽지로 만들었다니까 ‘불 나지 않느냐?’고 놀리는 사람들도 있지만요(웃음).”
조명 자체는 식탁 위 천장에 있던 기존의 원통형 형광등을 사용했다. 자투리 벽지는 큰 열대 꽃무늬가 서로 떨어지지않도록 이어주면서 투각(배경을 오려내는 것)을 한 뒤 꽃잎들을 서로 끼워가며 형광등에 둘러준 것으로 끝. 조명 갓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꽃잎들을 서로 많이 끼워 짧게 하거나 길게 늘어뜨리는 식으로 연출도 가능하다.
박씨는 “벽지는 벽에만 바르기엔 참 아까운 소재”라고 말한다.
“벽지는 워낙 큰 공간을 위해 디자인된 제품이잖아요. 그래서인지 무늬가 촌스럽지 않고, 작은 공간으로 옮겼을 때 독특하게 이국적인 멋이 살아요. 반전의 묘미가 있다고 할까요. 실크벽지는 쉽게 젖지도 않고 질겨서 식탁 매트나 사진액자 등을 만들어도 좋고요.”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액자 장식이다. 소파 뒤쪽 등 밋밋하고 허전한 벽면에 크고 화려한 패턴의 벽지를 골라 원하는 크기로 벽에 붙인 뒤, 네 가장자리를 몰딩으로 두르면 마치 액자를 걸어놓은 듯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물론 벽지 소품의 단점도 있다. 두께가 있어 견고한 반면 한지처럼 찢어서 만든듯한 느낌을 살리고 싶을 때는 쓰기 어렵다. 잘 접히지 않아 각이 잘 안 나오는 것도 단점이다. 박씨는 “원하는 모양대로 마분지를 오려서 안쪽에 덧대면 각을 살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마분지에 붙일 때는 3M의 스프레이 접착제를 뿌리면 들뜨지 않고 깔끔하게 붙는다.
벽지 인테리어를 하고싶어도 가을 맞이 집안 꾸미기를 위해 포인트 벽지를 구입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투리 벽지를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인테리어 관련 잡지들을 이용하는 것.
요즘은 홍보를 위해 벽지 실물 샘플을 제공하는 잡지들이 꽤 있고, 실물은 아니더라도 무늬와 색상을 그대로 담은 삽입지를 내는 경우가 많아 잘라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동네 인테리어 업자와 친해지는 것이겠지만.
박씨는 “처음엔 한번 사면 버리기 아까워서 침실 벽부터 식탁 러너, 화분 커버, 액자에 이르기까지 사방팔방에 똑 같은 벽지로 그야말로 ‘도배’를 하는 경우도 많다”며 “다양한 벽지장식을 즐기기위해 잡지나 제조업체서 제공하는 샘플들을 뜯어 나만의 샘플북을 만들어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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