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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악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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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악의 꽃

입력
2007.08.3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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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보들레르 / 문학과지성사현대시 문을 연 저주받은 시인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1867년 8월 31일 46세로 사망했다. 폴 발레리는 “그보다 위대하고 재능이 풍부한 시인들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중요한 시인은 없다”라고 했다. 이 말처럼 보들레르는 ‘현대시의 시조’로 불린다. 방종, 퇴학, 이국여행과 가출, 흑백혼혈의 팜므 파탈 잔 뒤발과의 만남, 방탕한 생활과 빚더미와 금치산 선고, 자살 시도, 실어증 속에서의 사망.

“내겐 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이 있다”고 ‘우울’이란 시에서 말했듯, 보들레르의 삶은 순탄치 못한 것이었지만 예술과 시에 대한 그의 집념은 생애를 관통했다. 그에 따르면 “시의 원칙은 엄밀하고 단순하게 말해서 최상의 미를 향한 인간의 열망이다.”

1857년 출간된 <악의 꽃> 은 보들레르의 유일한 시집이다. 원죄의식에 바탕을 둔 고뇌와 회한, 순수한 이상적 미에 대한 추구와 추락ㆍ하강에의 취미, 자연과 초자연, 에로티시즘과 정신주의, 신성과 악마주의가 교차하는 보들레르의 언어에 당시 피가로 지는 “온갖 광란과 마음의 온갖 부패에 개방된 병원”이라고 비난을 퍼부었고, 이 시집은 법원으로부터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벌금과 함께 시 6편의 삭제 판결을 받았다. 1949년에야 프랑스 법원은 원심 파기를 선언했다.

한두 줄의 시구 인용으로 <악의 꽃> 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힘들지만, 보들레르가 서시 형식으로 쓴 ‘독자에게’를 보면 그의 생각을 엿볼 수는 있겠다.

‘우리의 죄는 끈질긴데 후회는 느슨하다… 우리 악의 더러운 가축 우리에서/ 짖어대고 악쓰고 으르렁거리고 기어다니는 괴물들 중에서// 제일 흉하고 악랄하고 추잡한 놈 있으니!/ 놈은 야단스런 몸짓도 큰소리도 없지만/ 지구를 거뜬히 박살내고/ 하품 한 번으로 온 세계인들 집어삼키리// 그놈은 바로 권태!’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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