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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국축구, 거품부터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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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국축구, 거품부터 빼라

입력
2007.08.3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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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방에서 열리고 있는 청소년(17세이하)월드컵이 한국대표팀의 16강 탈락으로 '남의 잔치'가 되고 말았다. 세계 4강을 목표로 잔치 준비를 했지만 정작 차려 놓은 '밥상'은 남의 차지가 된 것이다.

청소년대표팀의 부진에 따른 책임 공방으로 축구계가 시끄럽다. 하지만 한국축구의 부진을 진단하는 목소리를 들여 다 보면 모두 '네 탓이오' 일색이다.

올해 한국축구의 성적표를 보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성인대표팀은 지난 달 끝난 아시안컵에서 3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6경기를 치러 필드골에 의해서는 1승(그것도 단 3골) 밖에 거두지 못했다.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도 세계대회에서 예선탈락(2무1패) 했고 17세 대표팀도 골 기근 끝에 1승2패, 일찌감치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조한 지 5년 만에 처한 한국축구의 초라한 현주소다.

이번 청소년대표팀의 부진을 놓고 일부에서 드래프트제의 폐해라느니, 현 대표팀 구성원의 자질이 부족했다느니 말들이 많다. 문제는 2002 한일월드컵이 가져다 준 각종 혜택을 누리며 자란 첫 세대가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며 몰락했다는 점이다.

패장 박경훈 감독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결국 슈팅, 패스, 트래핑 같은 기본 능력에서 모든 게 결정됐다"면서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본기부터 다지겠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일부 지도자들은 "TV에서 프리미어리그 등 수준 높은 축구만 보고 자라 플레이에 겉 멋이 배어있다"고 지적했다. 기량이 모자라는데 월드스타들의 플레이만 흉내낸다는 것이다.

한국축구의 영원한 숙제인 골 결정력 부재는 개인기 즉 기본기 부족에 기인한다. 좁은 골지역에서 순간적으로 판가름 나는 골은 반복적인 연습으로 동물적 감각을 키우는 수 밖에 없다.

수비와 미드필드를 거쳐 볼을 골문 앞까지 배달해 줄 수는 있지만 골을 넣고, 못 넣고는 공격수들의 찰나적인 판단과 대응능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볼을 키핑하기 바쁘다 보니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거나 아니면 동료에게 허겁지겁 연결해 주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개인기는 지도자들이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트래핑과 슈팅 자세 정도야 가능하겠지만 일대일 돌파에 필요한 개인기는 훌륭한 선수들의 플레이를 거울 삼아 반복적인 연습으로 체득해야만 하는 것이다. 기량도 안 되는 데 해외진출에만 기를 쓸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슈팅 연습이라도 한 번 더 하라는 이야기다.

이번 기회에 선수들 뿐 아니라 축구팬들도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한국축구가 언제부터 세계 4강이었는가. 거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직후 "세대교체를 제대로 못하면 한국 축구는 당분간 시련을 겪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고, 핌 베어벡 전 대표팀 감독도 얼마 전 "한국 축구의 황금기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박지성 효과겠지만 우리 팬들은 자연스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 됐고, 새벽에 중계하는 프리미어리그 등 수준 높은 해외축구에 눈높이가 맞춰졌다. 그러니 답답한 한국축구가 성에 찰 리 없다.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축구는 4강 신화의 허물부터 벗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차두리가 좋은 말을 했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는 어제 내린 눈일 뿐이라고.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선수와 팬들이 곱씹어 봐야 할 말이다. 이제야말로 한국 축구가 어깨에 들어간 힘부터 빼고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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