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승자인 이명박 후보와 패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영영 화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 캠프에서는 이 후보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고, 물밑에서 당내 독자 세력화 가능성을 거론하는 인사들도 늘어났다.
박 전 대표 측 불만의 요지는 "이 후보가 당 화합을 강조하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박 전 대표 측은 먼저 반성부터 해야 한다"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발언이나 박 전 대표 캠프 해단식과 이 후보의 자축연이 같은 날 잡힌 것,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자리를 이 후보 측이 독식한 것 등이 빌미가 됐다.
박 전 대표 측 한 인사는 "도화선이 돼 줄 명분만 있다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심각한 것은 박 전 대표 측의 불만이 집단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8일 이 후보와 당 고문단 오찬엔 최병렬 김용환 김용갑 현경대 고문 등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이 불참했다.
30, 31일 지리산에서 열리는 국회의원ㆍ당원협의회위원장 연찬회도 마찬가지다. 김무성, 곽성문, 허태열 의원 등 박 전 대표 캠프 핵심 인사 10여명이 불참하고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상당수가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측은 "행동 통일을 한 것은 아니다"며 단체행동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누구보고 반성하라는 거냐"(27일 서청원 고문) "이재오 최고위원은 당과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28일 이규택 의원) 등 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것은 심상치 않은 징후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이 당장 박 전 대표 측을 달래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 같지도 않다. 박 전 대표 측이 받아 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 같다.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 이 후보도 이날 당 사무처 직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너무 화합, 화합하면 우리가 화합하지 않는 것처럼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경선 이후 화합 분위기가 조성되기는커녕 갈수록 감정의 골이 깊어지자 당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중립을 지켰던 권영세 전 최고위원은 "승자 쪽에서 '밑진다' '억울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패자를 아우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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