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19명 석방 합의 소식이 발표된 다음날인 29일 대구 북구 대구과학대. 탈레반 무장세력에 억류된 이 대학 졸업생 임현주(32ㆍ여ㆍ간호과 96학번)씨의 무사귀환 소식으로 학교는 온통 들떠 있었다.
'임현주 선배님의 무사귀환을 기원합니다'라는 교내외 현수막은 '환영합니다'로 바뀌었고 이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환영 배너가 떴다.
이날 아침 열린 이 대학 간부회의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임씨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던 대학측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환영행사를 갖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임씨가 귀국하면 학교로 초청, 특별강연회를 열고 간호과 강의실 1개를 '임현주 강의실'로 명명, 국경을 초월한 임씨의 사랑과 봉사정신을 후배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또 피랍과정과 3년간 아프가니스탄 현지 봉사활동 기록을 담은 '임현주 기록전시회'도 연다.
회의 석상에서는 "수시모집이 곧 시작되는데 환영행사가 입시를 위한 홍보전략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왔지만 '백의천사'와 '나이팅게일'로 부각시키려는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년전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근무하다 의료전문 봉사단체인 ANF(All Nations' Friendship)를 통해 아프간에 들어간 임씨의 경력만 볼 때 학교측의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치른 대가를 생각하면 오버했다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테러단체와 협상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까지 우려하고 있다.
대학측의 영웅만들기가 오랜 억류생활에 지친 임현주씨에게 오히려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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