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윤재 前비서관 풀리지 않은 의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윤재 前비서관 풀리지 않은 의혹

입력
2007.08.30 00:09
0 0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과연 지방국세청장과 건설업자 간 뇌물 거래를 몰랐을까. 청와대 사직은 이 사건과 무관한 것일까. 정상곤(53ㆍ구속)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과 부산 H토건 대표 김모(42)씨의 식사 자리에 동석했을 뿐이라는 정 전 비서관의 해명에도 불구, 김씨와의 오랜 관계 등 때문에 의혹이 가시질 않고 있다.

지역 건설업자와 오랜 친분

부산 사상구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정 전 비서관은 7, 8년 전 부산 지역 사업가들과 어울리면서 김씨를 알게 됐다.

정 전 비서관은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 실세 3인방'으로 부각됐다. 김씨가 이를 놓칠리 없었고, 두 사람은 수차레 골프 회동을 가지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05년 12월 연제구 연산동 재개발사업 시행 과정에서 허위 토지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방법으로 거액을 빼돌린 사실이 부산지방국세청에 포착돼 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지난해 7월 정 전 비서관에게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이던 정 국장 소개를 부탁했다. 당연히 세무조사도 없던 일로 됐다.

세무조사 무마 청탁 몰랐나

정 전 비서관은 정 국장에게 부탁해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해줬다. 전화 한 통으로 지방국세청장을 소개해 주고, 전화를 받은 지방국세청장이 지역 건설업자를 만나게 된 일 등은 정권 실세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김씨의 민원이 세무조사 무마라는 사실을 정 전 비서관이 몰랐을 리 없는 만큼 두 사람을 연결시켜준 정 전 비서관의 행위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후 정 전 비서관과 정 국장, 김씨 등 3명은 지난해 8월 26일 서울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두 사람이 세무조사 무마와 연결된 관계였던 만큼 어떤 성격의 자리였는지 몰랐다는 취지의 정 전 비서관 설명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김씨는 식사 자리가 끝난 뒤 미리 준비해간 현금 1억원을 정 국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 뇌물수수를 몰랐다는 정 전 비서관에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청와대 사직, 사건 연관성 없나

정 국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부산지검에 구속된 것은 9일이다.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것은 하루 뒤인 10일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정 전 비서관의 사건 연루 사실을 미리 알고 사건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 사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따른다. 더욱이 청와대는 검찰에 정 전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해도 문제가 없는 지 물어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아무런 대가 없는 만남이었고 정 국장의 뇌물수수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비서관직 사의 표명은 부산 지역 대학에 출강하며 내년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서 였다"고 말했다.

석연치 않은 건설업자 석방

건설업자 김씨는 2003년 4월 금융기관으로부터 60억원을 부정대출 받은 혐의(사기) 등으로 7월 16일 부산지검에 구속됐다. 그러나 11일만인 7월 27일 법원의 구속적부심에서 도주 등 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났다.

통상 법원이 구속적부심에서 피의자를 풀어줄 경우 검찰 의견을 적극 반영하게 되는데, 검찰이 자체 수사로 구속한 피의자 석방에 동의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씨가 정 국장에게 1억원을 건넨 사실을 실토하는 대가로 풀려났다는 설이 돌고 있다.

다른 청탁 없었나

검찰은 김씨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건설 공사 수주 등 다른 청탁을 시도했는지 여부도 조사했으나 구체적인 사례는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H토건은 최근 수년간 공사 수주 실적이 30억원 정도로 미미했다.

부산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이 지역 상공인들과 어울려 골프와 식사를 했으나 '청탁 영양가'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 관련 민원은 챙겨줄 정도로 친밀했던 사이여서 다른 청탁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