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해 9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재산 검증 작업 이후 작성한 보고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이 후보의 ㈜다스 실소유 의혹에 대한 판단이다.
국세청은 이 보고서에서 다스와 관련, “이 후보가 명의신탁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물증이 없어 결론은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즉 다스가 현대자동차에만 부품을 납품하고 있고, 이 후보가 현대건설 회장 출신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완전히 의심을 지울 순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소 근거는 미약하지만 국세청이 광범위한 과세 자료를 분석해 상부에 올린 보고서에 적시한 내용인 만큼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이 같은 판단은 검찰의 판단과 매우 흡사해 더욱 주목을 끈다. 검찰은 13일 이 후보 관련 고소ㆍ고발 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 당시 이 후보의 큰형 이상은씨의 몫인 47% 지분에 대해 ‘판단 유보’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당시 “투자자문사 BBK에 대한 190억원 투자 결정을 누가 했는지 여부가 이 후보의 실소유 여부를 판단할 근거”라며 “BBK 전 대표 김경준씨가 국내로 송환되면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준씨가 최근 “대선 이전에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이 사안은 대선 정국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국세청 보고서는 다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이 후보의 다스 실소유 논란은 ‘이상은씨가 아닌 제3자의 차명재산’이라고 검찰이 잠정 결론낸 서울 도곡동 땅과도 연결될 수 있다. 이상은씨가 도곡동 땅 매각대금으로 다스 인수에 참여했다고 밝혔던 만큼 만일 이상은씨 지분의 실소유주가 이 후보라면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도 이 후보라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세청은 보고서에 “서울시장 재임 시절 300억원대로 신고한 이 후보의 재산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판단된 것으로 보이며, 시가로 환산할 경우 1,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포함시켜 눈길을 끌었다.
다스를 제외한 나머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과세시효 완료 등의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 후보가 1970~80년대 강남 요지에 부동산 투기를 해 처남 김재정씨에게 명의신탁을 했다는 부분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김씨가 82년 현대건설을 퇴사한 뒤 아버지가 소유했던 태영개발을 운영해 연간 2억원 가량의 수입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 만큼 부동산 매입 재력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나머지 회사 설립 등 과정에서의 탈세 의혹 등에 대해서도 5~7년인 과세시효가 대부분 완료돼 조사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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