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통폐합 등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국정홍보처의 행정은 한마디로 오락가락에 엉망진창이다.
우선 총리 훈령으로 제정하려는 '취재지원에 관한 기준'의 절차적 하자 문제. 정부는 면피성 의견수렴과 내부 과정을 통해 '취재지원 기준'을 마련, 각 행정 부처에 적용하려다 최근 총리훈령의 대폭적인 문구 및 자구수정에 들어가는 등 방향을 선회했다. 이와 관련, 홍보처 관계자는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제기되는 조항에 대한 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독소조항 가운데 대표적 부분은 '공무원의 언론취재 활동지원은 정책홍보담당 부서와 협의해야 한다는 11조 1항과 단순 사실 등에 답변은 정책담당자가 직접 할 수 있지만 사후 정책홍보담당부서에 통보한다는 11조 2항. 언론계 안팎에서는 헌법이 규정한 알권리 뿐만 아니라 공무원에 대한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홍보처는 언론ㆍ법조계의 이러한 비판에 직면하자 뒤늦게 총리훈령 수정에 착수한 것이다. 법률의 제개정은 이해당사자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제반 문제점이 없는지 여부를 검토한 뒤 법안을 마련하는 게 일반적 절차다. 하지만 홍보처는 총리훈령을 우선 제정, 적용시키려다 문제조항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훈령 수정에 나서는 거꾸로 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통합 브리핑 룸 설치도 마찬가지다. 홍보처는 총리훈령이 최종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달 중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및 정부과천청사 내 통합브리핑 룸을 만든 것이다.
이는 법적 근거도 없이 수십 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하드웨어를 설치한 것으로 덜컥 일을 벌인 뒤 사후 승인을 받겠다는 취지다. 합동브리핑센터 설치 근거는 취재지원 기준 14조 1항에 들어있다.
기자실 이전 문제를 놓고 홍보처와 대립하고 있는 외교통상부의 한 출입기자는 "정부의 취재지침 기준 마련이 무산될 경우 엄청난 세금낭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려는 지 모르겠다"며 "어느 나라도 정부훈령으로 언론대응 지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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