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새내각에서 일본의 아시아 외교 노선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각에서 외무성 장관으로 복귀한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씨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주창한 ‘주장하는 외교’와 ‘가치관 외교’를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납치문제에서 진전이 없는 한 대 북한 지원은 없다는 종래의 방침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된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씨도 1998년 외무성 장관 재임시 “납치문제 해결없이 쌀 지원은 없다”고 공언하는 등 대북 강경 자세를 고수해왔다.
단 동아시아 외교에서 민감한 주제인 일본의 과거사문제는 적어도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언과 망언을 연발한 마치무라 장관이 변수이지만 그도 정권이 위기에 처한 현 상황에서 정권에 부담을 주는 경솔한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마치무라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재임 중 야스쿠니(靖國)신사 방문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외교ㆍ안보통인 고무라 장관은 중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등 아시아 중시파 의원으로 꼽힌다.
아베 총리의 안방마님 역할을 할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관방장관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의 분사를 지론하는 온건파여서 과거사 문제로 한일 중일의 외교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은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스오카(靜岡)현 출신인 마치무라 장관은 통상산업성 관료를 거쳐 중의원이 된 8선 의원이다. 자민당내에서 일찍부터 기대주로 주목받은 그는 현재 아베 총리가 속한 자민당 최대 파벌의 회장으로 정권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때때로 경솔한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켜 덕망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지난번 외무성 장관 시절에도 과거사를 왜곡 미화한 일본의 역사교과서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적극 옹호하는 등 우익 성향의 태도를 보였다.
변호사 출신인 고무라 장관(야마구치현 출신)은 1980년 처음 중의원의원에 당선된 후 9선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법무성과 외무성 장관을 역임한 그는 합리적 성품의 외교ㆍ안보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 파벌인 고무라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2003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고이즈미 총리에게 도전해 패배했으나, 파벌 회원수를 훨씬 웃도는 지지표를 얻어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로 거론됐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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