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환상의 커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영국에서 최근 고도비만과 거식증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청춘 남녀가 우연히 만나 상대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결국에는 귀중한 목숨을 구한 사연이 대서특필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뉴캐슬에 거주하는 올해 21세의 콜린 아더와 19세의 질 테일러로 얼마 전까지 이들은 각자 중증의 비만,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거식증에 시달리면서 거의 빈사 상태에 있었다.
아더는 음식량 조절 능력을 상실하면서 콜라를 비롯한 탄산음료를 매일 쉴새 없이 들이켰다. 여기에 더해 생선구이와 초콜렛, 정크푸드 등을 마구 먹은 결과 키 185㎝에 몸무게는 267㎏이나 나가 혼자서는 운신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반면 테일러는 신경성 거식증에 걸려 음식에 과민 반응을 보였다. 되도록 음식을 적게 먹으려고 애쓰면서 체중이 급격히 감소, 163㎝의 키에 몸무게는 32㎏에 지나지 않아 피골이 상접한 최악의 상태에 있었다.
주치의의 소견에 따르면 고도비만의 아더와 바짝 마른 테일러는 사실상 위급한 상황까지 도달해 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조만간 사망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아더의 담당 의사는 그에게 앞으로 살을 빼지 않으면 30세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최후 통첩을 했다. 1년 전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졸도해 응급실에 실려갔던 테일러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 훨씬 일찍 변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은 병원을 오가던 중 서로를 알게 됐다. 음식물에 대한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던 이들은 만남을 거듭할수록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게 됐다. 비록 몸무게 차이가 8배 이상 나지만 먹는 것에 대한 고통이 얼마나 처절한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통한 둘은 약속을 했다. 상대에게 정신적인 위안과 충고가 필요하면, 지체 없이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고민을 나누기로 한 것이다. 병으로 인해 의사와 가족만 만나고 외부와는 단절된 일상을 보내던 이들은 둘만의 소통에 몰두했다.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상대의 처지를 자주 듣다 보니 아더는 저절로 음식량을 줄이게 됐고 반대로 테일러는 냄새 맡기도 싫던 음식에 다시 손이 가기 시작했다. 이후 불과 몇 주일 사이 아더는 체중이 25㎏ 줄어 일단 위험 상태를 벗어났고 테일러도 몸무게가 13㎏까지 늘면서 정상치로 회복되고 있다.
주치의들은 “의학적인 방법으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포기했는데 두 사람이 주고받은 격려와 위안이 기적을 일으켰다”며 “지금처럼만 하면 둘 다 정상인이 돼서 마음껏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축하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