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 타전 된 한줄기 외신 보도가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25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로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 19명을 모두 석방하기로 결정했다”는 현지 통신사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의 낭보가 전해진 후, 희망어린 보도와 이를 부인하는 실망스런 보도가 번갈아 나오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나 28일 열린 탈레반과 한국 정부가 가진 마지막 대면협상에서 1시간 반 동안의 협의 끝에 19명의 인질을 모두 석방키로 최종 합의하면서 불안과 초조는 환희와 안도로 바뀌었다.
● 엇갈렸던 외신 보도
25일 오후 6시께(한국시간) 현지 통신사인 AIP가 긴급 타전한 소식은 13일 김경자ㆍ김지나씨가 석방된 이후 2주일 가까이 지지부진하던 협상 국면을 깨는 낭보였다. 때마침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사우디를 방문, 26일 압둘라 국왕을 예방키로 한 상황이어서 ‘사우디 중재론’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한 시간쯤 뒤 정부가 “공식 합의된 내용은 없다”고 밝힌 데 이어 탈레반측도 합의 사실을 부인해 기대가 실망으로 급변했다.
기대감은 한풀 꺾이긴 했지만 희망적 소식은 계속됐다. 26일 아사히 신문은 탈레반이 1인당 10만달러씩의 몸값을 요구했다고 보도했고, 27일에는 미국 CBS 방송이 탈레반 고위 간부의 말을 인용해 “28일 양측이 대면협상을 재개한 후 인질 가운데 여성 3, 4명이 우선 석방될 것”이며 “나머지 인질들도 소 그룹으로 나뉘어 차례로 석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정부 막판 외교 노력
우리 정부는 25일 협상 타결설이 흘러나온 후에도 성급한 기대를 부풀리지 않고 막판 협상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이와 관련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한편으로는 이슬람 국가 정상들에게 잇따라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는 등 막판 외교에 사력을 기울였다.
송 장관은 26일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예방,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고 다음날에는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카타르 국왕에게 역시 친서를 전달하는 등 관련국을 돌며 인질 석방을 위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미 대통령이 조기 철군을 약속하긴 했지만 군 당국은 이날 아프간에 파병한 동의ㆍ다산 부대가 3개월 연장 주둔 후 철수할 것이라는 구체적 계획을 발표해 탈레반의 요구에 응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 기대와 환희의 하루
28일은 벽두부터 희망적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이 대면협상을 재개한다고 AIP가 보도한 것이다. 대면협상 재개는 양측간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졌고 최종 승인만 남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어 피랍자 가족들과 국민들이 기대를 걸 수 있었다.
당초 오후 3시(한국시간)께 열릴 예정이었던 4차 대면협상은 3시간이나 지연되다가 결국 오후 5시48분께 시작됐다. 탈레반 대표 2명은 출발 지역에서 군사작전이 있어 늦게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사전에 의견을 충분히 조율한 듯, 협상은 1시간 반 만에 전격 타결됐다.
오후 8시10분께 AFP와 알 자지라 방송이 19명 인질을 모두 석방키로 합의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곧 이어 청와대 발표로 합의 사실이 확인되자, 경기도 분당 대책위 사무실에 모여 있던 피랍자 가족들은 41일 동안 흘려 왔던 고통의 눈물 대신 처음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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