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5ㆍ서울 동대문구)씨는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밤잠을 설치고있다. 아이가 생겨 면적이 넓은 아파트(79㎡ㆍ24평)로 옮길 생각인데 현재 전셋집 보증금(빌라 6,500만원)을 빼고도 7,000여만원이 부족하다.
곧 주택마련장기저축 만기(6,000만원)가 돌아오긴 하지만 다른 걱정이 생겼다. 그는 “분양가상한제에 맞춰 청약을 할 생각이라 저축은 초기 투자자금(계약금)으로 남겨둬야 하고, 따로 전세자금까지 마련해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
전셋돈 마련은 무주택 서민에겐 부담이다. 전보다 넓은 면적, 좋은 주거환경을 원하지만 손에 쥔 자금은 늘 부족하기 마련. 특히 다음달부터 실시되는 청약가점제와 분양가상한제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에겐 두 가지 고민을 안긴다.
기존 전세를 붙잡고 눈치를 살필 것인가, 전세로 이사를 하되 내 집 마련 자금을 따로 마련할 것인가. 어느 경우든 전세자금 부담은 피할 수 없다. 최근 은행이 새롭게 내놓은 전세자금 대출상품을 눈여겨보면 답답한 가슴이 트일 수도 있다. 낮은 금리뿐 아니라 대출조건도 간편해져 잘만 활용하면 ‘주(住)테크’에 도움이 된다.
우리은행은 최근 아파트 면적에 관계없이 보증금의 60% 범위 안에서 최고 2억원까지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우리V론’을 내놓았다. 보증금이 2억원이라면 1억2,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종전엔 대출한도가 6,000만원에 불과했다.
대출조건도 간단해졌다. 대출 대상 면적제한(81㎡ㆍ25평)도 없고 대출기간 한정(전세계약 후 3개월 이내)도 사라졌다. 대출금리는 인터넷뱅킹 가입 시 0.1% 등 최고 0.5%까지 우대해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대출 기준으로 7%대를 유지하고 있다.
농협 역시 2억원 한도 내에서 전세 보증금의 60%까지 빌려주는 ‘NH 아파트 전세 대출’을 선보였다. 아직은 서울 경기 인천 등지의 아파트만 해당되지만 곧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만 20세 이상 세대주가 대상인데 연 소득이나 주택면적 제한은 없다. 금리는 7%선에서 결정된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은행 자체상품과 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은 ‘가계주택자금대출’ 등의 전세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한, 기업, 외환은행도 전세대출상품을 기획 중이다.
사실 전세 대출은 신속하고 간편한 절차 덕분에 저축시장이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은행이 한 자릿수 금리의 전세 대출 상품을 내놓으면서 두 자릿수 금리(11~18%)로 승부하던 저축은행의 영토를 빼앗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금리를 최고 1%포인트 정도 낮출 전망이어서 눈 여겨 볼 만하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제공하는 ‘근로자ㆍ서민 전세자금대출’은 금리조건(연 4.5~5.5%)이 가장 좋다. 그러나 자격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만 35세 이상 무주택 가구주, 연 소득 3,000만원(세전) 이하, 임차 전용면적 85㎡(25.7평) 이하라면 도전해 볼만하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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