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ㆍ도교육위원회 의장협의회가 어제 시ㆍ도별 교육 자율권 보장을 요구하는 대정부 성명서를 채택했다. 시ㆍ도교육위 의장들은 지방 교육 행정을 감시하는 의회의 대표자들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무게를 갖는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가 금지하고 있는 사설 모의고사와 0교시 수업(오전 8시 이전 수업) 등 각종 보충수업은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위해 필요하므로 단위 학교 및 교육청의 자율적 운영권을 보장하라는 내용 등은 수긍할 부분이 적지 않다.
성명의 정신은 교육 현장의 자율을 강조한 데 있다고 본다. 그리고 대학이나 사회 여러 부문에서 3불 정책(대입 본고사, 고교 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으로 대표되는 평준화 정책의 문제점을 꾸준히 비판하고 자율을 주창하는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충수업 자율화를 비롯한 의장협의회의 주장에 대해 낱낱이 타당성을 따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이 성명을 계기로 우리 교육이 직면한 총체적 문제에 대해 활발한 논쟁을 촉구하고 싶다.
토론은 지금처럼 서로 "맹목적 평등주의"다 "있는 자들의 이기주의"다 하는 식으로 감정싸움까지 겹쳐 평행선으로만 달려서는 생산적이지 못하며 의미도 없다.
그런 논쟁은 자기 편끼리의 정체성 확인이라는 성격이 짙다.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해 소모적 논쟁을 계속한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정말 암울하다.
누차 주장한 바와 같이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 만큼 집권을 꿈꾸는 대선 주자와 정당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교육 문제에 대한 비전과 주장을 선명하게 제시했으면 한다.
이를 통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해관계가 격돌하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의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정 합의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의 표로 의사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다.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누가 집권하든 집권 초기에 교육 정책의 골간을 확정해 곧바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없는 다툼을 계속할 수는 없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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