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거(夏安居) 해제일인 27일 오전 7시쯤 경북 문경시 전두리 사불산(四佛山) 대승사(大乘寺) 대승선원을 찾았다.
해제 법회를 공개한다기에 서둘러 도착했지만 선승들은 벌써 법회를 마치고 선방을 나오고 있었다. 외부 손님들에게 얼굴을 내비치고 싶지 않은 수행자들의 심정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였다. 안거는 일 년 중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스님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수행에 전념하는 한국불교의 전통으로 이날은 석 달 간의 여름 안거를 마친 스님들이 산문 밖으로 나서는 날이다.
이 선원에서 3개월동안 하루 14시간씩 화두를 참구하며 정진한 선승들은 21명. 선원장급 등 구참(선방의 고참) 스님들이 대부분이다. 87세 할머니를 포함, 재가신자 23명도 스님들과 함께 잠자지 않고 밥 먹고 청소하는 시간 외에 하루 20시간씩 수행하는 9일간의 용맹정진을 마쳤다.
“지금 그 차 맛이 어때요?”
주지실에서 큰 사발에 전나무 차를 담아 건네주며 선원장 겸 주지 철산(52) 스님은 선수행의 맛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그 맛을 말로 아무리 잘 표현해도 5% 이상 못 할 겁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도 부처님 마음의 5%에 불과한 것이지요. 수행을 안 해본 사람들이 어떻게 이 맛을 알 수 있을까요. 여기 와서 이 차를 마셔봐야 맛을 알 듯이 정진을 해봐야 부처님 말씀을 알 수 있는 겁니다.”
대승선원은 근대 한국불교 중흥조인 경허 스님이 선풍을 일으켰고, 성철 스님이 3년간 장좌불와를 하고 청담 서암 스님 등 기라성 같은 선승들이 수행했던, 선불교가 생생하게 약동했던 현장이다. ‘봉암사 결사’가 이뤄진 봉암사, 성철 스님이 백일법문을 했던 김용사가 가까이 있다.
“이 공부는 몇 번 까무러치고 죽었다 깨어나야 알 수 있습니다.” 세기로 소문난 대승선원을 이끌고 있는 철산 스님의 말은 소문만큼이나 셌다.
이번 안거에는 까무러친 스님들이 있느냐고 묻자 철산 스님은 “없는 것 같다”며 빙긋이 웃음으로 대답했다. “선각자가 보면 다 압니다. 말 한 마디 하는 것, 행동하는 것 하나 보면 어느 정도 갔는지 알 수 있는 것이지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선의 세계를 설명하는 스님의 설명은 간결했다.
“고민거리가 있으면 다른 생각 안 나지요. 화두는 그와 같이 참구해야 공부에 힘이 생깁니다. 그렇게 되려면 몇 번 까무러쳐야 합니다.” 스님은 이 같은 본인의 노력에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 선수행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승선원은 680m 고지에 앉아 있다. 기운이 좋아서인지 음식을 적게 먹고 잠을 적게 자도 괜찮다고 했다. 잠을 많이 자는 사람도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철산 스님은 깨친다는 것은 없는 것을 새로 찾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자기가 본래 갖춘 부처를 깨닫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철산 스님은 요즘 시끄러운 학력 위조 같은 세속의 문제에 대해 “본인이 하면 괜찮다고 싶으면 하고, 하지 말아야 겠다 싶으면 안 하면 되는 것”이라며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시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스님은 다른 사람들이 모양이 안 좋은 일을 해도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하고 한번 봐주라고 했다.
“옳다 그르다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바다와 육지 어느쪽이 큽니까. 바다와 육지가 7대 3이라고 알고들 있지요. 하지만 바다 밑에는 땅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땅이 더 큰 겁니다.”
대승선원은 선원이면서도 일반인들을 위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뽕잎차, 다기, 차, 죽염 등을 만든다. “과거에는 절에서 신도들이 잠도 잘 수 없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법당에서 좌선도 해보고 선의 세계를 아는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문경=글ㆍ사진 남경욱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