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최고위원의 2선후퇴 논란을 계기로 이명박 후보 캠프 내부의 미묘한 역학관계가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 후보 캠프는 경선 국면에서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경선 승리 이후 캠프내의 세력 구도가 더욱 미묘하고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 캠프는 크게 원로그룹, 이재오 최고위원 계열, 소장파 계열, 안국포럼 출신 실무그룹 등 크게 4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캠프에서 원로그룹은 이 후보의 맏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캠프 상임고문인 최시중 전 갤럽회장, 5선 중진인 박희태 캠프 선대위원장 등을 통칭한다.
말이 원로그룹이지 이 후보가 경선과정에서 고비에 처할 때마다 이들의 의견을 따르면서 실질적으로 캠프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그룹이다. 특히 이 부의장의 정치적 우산 아래 이 후보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3선의 정의화 의원을 당 중진 의원들은 대부분 이런 케이스이다.
경선 국면에선 원로그룹은 박근혜 전 대표측과 ‘화전(和戰)’을 강조하면서 이 최고위원-소장파- 안국포럼 실무그룹으로 이어지는 ‘주전파(主戰派)’와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일이 많았다.
경선 이후 나머지 세 그룹은 다시 분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 최고위원 계열이 가장 강성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 후보의 당 안착과 효율적인 선거전을 위해선 핵심 그룹이 일선에서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전 대표측과의‘물리적 화합’이나 ‘일방적 양보’를 반대한다. 원내 대표 경선에서 박 전 대표측 이규택 의원의 ‘양보 요구’를 일축한 것도 이 최고위원 그룹이다. 이방호, 진수희, 이군현 의원이 이재오 최고위원 계열로 분류된다. 이 최고위원이 경선에서 조직을 총괄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직라인에 세가 많다.
정두언, 박형준, 주호영 의원 등 초선의원이 중심인 소장파 계열의 행보는 경선 전과 사뭇 다르다. 캠프에서 전략, 기획, 홍보를 맡았던 이들은 이 최고위원과 함께 선봉에 나섰으나 경선 이후엔 당화합을 위해 2선 후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물론 이들도 공개 석상에선 “후보의 당 안착을 위해선 이 최고위원 같은 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소장그룹과 이 최고위원측 사이에 협조와 견제를 하는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최근 들어 소장그룹이 원로그룹 측에 자문을 구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이춘식 캠프 조직본부장, 정태근 인터넷본부장, 신재민 메시지단장, 조해진 공보특보, 박영준 수행부단장 등 안국포럼 출신 실무 그룹은 아무래도 소장파 계열 행보와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서울시장 시절부터 이 후보를 보좌했던 그룹인 만큼 “후보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소장파 쪽 주장에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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