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 금리 인하로 금융시장 불안은 일단 진정됐지만 사태의 뿌리인 주택경기는 좀처럼 침체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 동향을 반영하는 올해 주택 중간가격(Median Price)은 26일 1950년 이래 처음으로 하락이 예상됐고, 주택거래 부진 속에 담보 대출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미국 경기둔화 도래 가능성이 9ㆍ11 테러 이후 가장 높아졌다”며 주택경기 침체 및 금융시장 불안 등이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을 다시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전문 조사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의 예측을 인용, “연방주택기업감독청(FHEO)이 30일 발표하는 올해 주택 중간가격이 상반기에 1%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전체적으로도 1~2%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이는 최근 주택가격 하락세가 미국 전역의 가격까지 떨어뜨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정부측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주택가격 하락세도 2009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약 22만 달러인 중간가격의 하락도 문제이지만 더욱 큰 잠재적인 문제는 거래부진이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 때문에 시카고에 있는 아파트를 내놓고 텍사스로 이주한 슈와프씨의 경우 아직도 집이 팔리지 않아 고민 중이다. 슈와프씨 부부가 2004년에 25만5,000달러를 주고 구입한 이 아파트의 매매 기대가는 현재 인플레이션 수준의 가격만 반영한 27만9,000 달러로 돼 있지만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5년간의 주택가격 상승에 힘입어 미국 가구 당 소비증가율은 이미 소득증가율을 훨씬 웃돌았다. 그러나 슈와프씨 경우처럼 주택가격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소비 둔화 추세를 타고 미국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비관론 쪽에 섰다.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거쳐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한 서머스는 ABC 방송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용경색 위기가 끝났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미국 경제가 후퇴할 가능성이 급격히 커졌다”고 주장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특히 “신용경색이 실물경제와 고용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판단할 수 없는 시점”이라며 신용경색으로 더욱 어려워진 주택경기 침체 상황이 향후 실물경제 둔화의 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을 강조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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