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 정책 토론회는 예상외로 ‘조용한’ 토론회였다. 2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된 토론 도중 환호나 큰 박수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과열을 우려한 주최측이 후보 한 명이 대동할 수 있는 인원을 40명으로 제한해 열성 지지자들이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선두권인 손학규 전 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초반 탐색전을 펴느라 부드러운 태도로 일관, 분위기가 달아 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우군’ 확보를 염두에 둔 듯 “부드러운 누나, 어머니라는 별명을 가진 한명숙 전 총리는 어떻게 대통합 길을 열겠나”(손 전 지사), “추미애 전 의원은 불리한 경선 조건을 흔쾌히 수용하는 결단의 정치를 보였다”(정 전 의장) 등 다른 후보들에게 우호적 질문으로 일관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손 전 지사와 정 전 의장의 국정 운영 능력을 시험하려는 듯 부동산 양도세 실효세율과 국공립대학 숫자 등 구체적 수치를 깐깐하게 따져 물은 뒤 틀린 답변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면박을 주었다.
유시민 의원은 특유의 독설은 자제하고 “예전엔 보건복지부 직원들이 손 전 지사를 제일 일을 잘 한 장관으로 꼽았는데, 지금은 유시민이라고 할 것”이라는 등 가벼운 잽만 날렸다.
김두관 전 우리당 최고위원은 ‘공수부대를 동원한 멧돼지 퇴치 공약’을 발표한 유 의원에게 “깔따구 퇴치를 위한 해군, 해병대 동원은 어떤가” 라고 제안하는 등 수 차례 폭소를 자아냈다. 반면 천정배, 신기남 의원, 추 전 의원은 시종 날선 공세를 펼쳤다.
한 전 총리는 후보 8명에게 “대선과 총선 시기를 맞추기 위해 다음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을 하는데 찬성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손 전 지사만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출 시기가 꼭 일치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부정적 입장이었고, 다른 후보들은 모두 찬성했다.
전반적으로 토론회는 산만해 보였다. 후보 한 명 당 발언 시간이 11분 30초 밖에 안돼 토론이 집중력이 떨어졌고, 질문 시간 배분 등 토론 규칙과 관련해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추가 발언 시간 1분을 질문자에게 주느냐 답변자에게 주느냐를 두고 유 의원과 사회자가 가벼운 설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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