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2003년 시작한 중대급 마일즈(MILESㆍ다중 통합레이저 교전 훈련장비) 사업을 지난달 말 돌연 중단하는 과정에서 각종 군 내부 규정과 절차를 어긴 것으로 밝혀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본보가 27일 입수한 육군의 마일즈 개발시험평가 관련 문서,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 개발시험 평가결과서 등에 따르면 육군은 개발업체들과의 협의 과정에서 2005년 11월 제시했던 군 요구도(ROC) 항목 중 40개 이상의 항목 기준을 임의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 주무부서인 육군 비무기체계사업단은 ROC 항목 변경시 교육사령부 등 관련 기관 및 부서와 의견 조율 절차를 거치도록 한 ‘육군 전력발전업무 규정’을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은 또 지난해 11월~12월 시제품 시험평가를 계획했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업체들의 ‘자체 시험성적서’만 검토한 뒤 지난 7월말 개발 승인을 취소했다. 특히 육군은 처음에 제시한 ROC 항목수(329개)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62개 항목만 검토 기준으로 삼았고, 이 과정에서도 ROC 기술 수준을 당초보다 낮춰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육군은 8일 “기품원이 개발업체의 자체 시험성적서를 분석한 결과 2개 개발업체의 시제품 모두 최초 ROC를 충족하지 못해 이후 시험평가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며 개발 승인을 취소한다고 발표했으나 어떤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비무기체계사업단 관계자는 “문제가 된 항목들은 애초 ROC 내용이 모호해 구체화한 것일 뿐, 기준을 바꾼 적은 없다”며 “심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2개 개발업체에서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내용을 제외하다 보니 162개 항목만 남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험평가를 거치지 않고 개발업체의 자체 시험성적서 심사 만으로 개발 승인을 취소한 데 대해서는 “시험성적서도 넓은 의미로 보면 시험평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대급에 앞서 대대급ㆍ소대급 마일즈를 개발한 A업체는 수입품을 국산품으로 속여 원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A업체와 함께 개발승인을 취소 당한 B사는 “육군의 사업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사업취소처분 취소 가처분 신청을 27일 법원에 제출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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