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한택식물원을 다녀온 김모(44)씨는 즐거운 추억보다는 불쾌한 기억이 앞선다.
식물원 주차장에 내리는 순간부터 식물원 초입부를 관람하는 동안 축산분뇨에서 풍기는 악취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100여m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서야 악취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김씨는 그러나 출구쪽으로 내려오면서 다시 코를 싸 쥐어야 했다. 날씨가 흐려지면서 처음보다 더한 악취에 욕지기까지 느낄 정도였다.
20만평 규모에 8,300여종의 식물을 보유, 국내 최대 규모의 사설 식물원인 한택식물원이 꽃 향기보다는 인근 돼지사육농가에서 내뿜는 악취로 진동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이면 더위에 약한 돼지들이 폐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농가들이 문을 열고 환기에 나서 악취가 참기 힘들 정도다.
날씨라도 흐려지면 악취가 더욱 심해져 직원들은 항의하는 관람객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지만 영세 농가들에 악취방지시설 설치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식물원 이용문 기획실장은 “식물원 입구쪽에 돼지 1,000여 두 안팎을 사육하는 농가가 2곳이 있다”면서 “여름 장마철이면 식물원 초입에서는 숨을 쉬기조차 힘들어 일부 관람객들은 냄새를 참다못해 도중에 돌아가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최근 관람객들이 잇따라 항의를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해결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식물원은 관할 안성시와 경기도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으나 개인간의 분쟁이어서 뾰족한 해결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안성시 관계자는 “악취가 심하다는 식물원 초입 일대에서 대기 샘플을 채집에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면서 “날씨, 시간, 장소에 따라 악취의 정도가 수시로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 시설개선명령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축산 농가들은 그러나 늦게 문을 연 식물원이 모든 책임을 축산농가에 돌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축산농 최모씨는 “94년에 도심에서 이곳으로 이전할 당시 식물원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이전이었다”면서 “축산농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개원을 강행한 식물원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농가는 식물원 관람객들의 불법주차와 행정당국의 잦은 지도점검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부지매입을 요구하고 있으나 식물원측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식물원 관계자는 “식물원 재정상태가 워낙 빠듯해 부지매입은 어렵다”면서 “2개시에 걸친 민원이기 때문에 경기도에 대기정화시설 설치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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