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포진한‘텍사스 사단’의 일원인 앨버토 곤잘레스 미 법무장관이 마침내 사임의사를 밝힌 것은 부시 대통령이 곤잘레스 장관의 사퇴를 요구한 미 의회 등의 압력에 굴복했음을 의미한다.
최근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에 이은 곤잘레스 장관의 퇴진으로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사단’은 사실상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이 됐으며 이로써 부시 대통령의 임기말 국정운영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로부터는“부시 대통령이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레임덕)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인적 진용을 짜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뿐만 아니라 공화당 내부로부터도 줄기차게 계속돼온 곤잘레스 장관 사퇴 압력에 지난 수개월동안 버티기로 일관해 왔다.
때문에 이번에 부시 대통령이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은 이라크전 실패로 이미 수렁에 빠진 국정운영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향후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 주도의 의화와의 관계에서 새로운 변화된 시도를 모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 연방검사 무더기 해임사태와 관련해 이미 곤경에 처했던 곤잘레스 장관의 퇴진에는 2004년 백악관 법률보좌관 재직 당시 병석에 누워있던 존 애슈크로프트 당시 법부장관에게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행위 승인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결정타가 됐다.
곤잘레스 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으나 로버트 뮬러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의회 증언 등으로 그 같은 주장들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미 의회로부터 위증에 대한 집중적 공격을 받는 처지가 됐다. 곤잘레스 장관은 뿐만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수행에 있어 강경책으로 일관하면서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돼 있는 테러혐의자들에게는 적군 포로에 관한 제네바 협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변해 왔다.
곤잘레스 장관은 사임 의사를 밝힘으로써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는 셈이 됐으나 퇴임 이후에도 의회의 조사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곤잘레스 장관은 불법 이민자의 후손으로 태어나 해스패닉계 사상 최고위 공직자인 법무장관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었으나 결국 불명예 중도하차 하는 운명을 맞게 됐다. 1955년 텍사스주 샌 앤토니오에서 건설 노동자의 8자녀 중 7번째로 태어난 곤잘레스는 미국으로 이주한 할아버지대의 공식 입국 기록이 없다며 자신이 불법이민자의 후손임을 시인한 바 있다.
곤잘레스는 대학에 바로 진학하지도 못하고 공군에 자원 입대해 4년간 복무한뒤 뒤늦게 라이스대학에 진학했으나 자질을 인정받아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되면서 출세의 길에 들어섰다. 텍사스로 돌아와 12년간 로펌에서 일했던 곤잘레스는 1994년 부시 당시 주지사의 고문으로 영입되면서 권력의 중심부인 ‘텍사스 사단’의 일원이 됐다.
2001년 부시가 백악관에 입성하자 그는 대통령 법률고문으로 자리를 옮겼고 2005년 부시 2기 행정부에서 히스패닉계 최초로 법무장관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