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서비스업에 진출하기 가장 어려운 국가라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흔히 보는 재계의 주장이 아니라, 한국은행이 543개 서비스업종을 모두 조사해 내놓은 결과다.
이번 조사는 허가ㆍ면허ㆍ인가ㆍ승인 등 주로 법적 진입장벽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담합 등 구조적ㆍ시장적 요인까지 감안하면 직ㆍ간접적 장벽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금융 교육 의료 등 서비스수지 적자의 진원인 업종일수록 기득권의 벽이 두터운 것으로 드러나, 정책의 허점을 잘 보여준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업을 시작하려면 12개의 절차를 밟는데 평균 22일이 걸린다. 캐나다 호주 미국 등과는 비교하기도 민망하고 OECD 평균(7개, 18.4일)에 비춰봐도 크게 뒤진다.
비용과 초기자본의 문턱도 턱없이 높아 각각 OECD 평균의 2배와 7배를 웃돈다. 사정이 이러니 서비스업의 전반적 사업환경 평가는 OECD 29국 중 17위이지만, 진입장벽에선 28위로 떨어지고 전 세계 175개국 중에서도 116위에 그쳤다.
전체의 67%인 366개 업종에 진입장벽이 존재하고, 이 가운데 정부독점과 허가ㆍ면허 등 넘기 힘든 벽을 친 업종도 172개에 달했다. 특히 참여정부가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를 누차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통신 금융ㆍ보험 운수ㆍ창고 교육 보건ㆍ복지 등 정작 중요하고 국민생활과 직결된 부문일수록 진입장벽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국가의 위상과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공공성 유지나 과당경쟁 방지 등을 위해 진입규제가 필요한 곳도 있지만, 진입장벽은 대개 경쟁 제한과 비효율적 자원배분으로 연결되고 이는 소비자 후생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한은이 실효성 낮은 규제의 신속한 완화ㆍ철폐를 건의하며 “등록제 전환 등의 외형적 규제 완화 뿐 아니라 인허가 요건 간소화 등 실질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서비스업 환경이 세계 최고라는 홍콩을 잘 해부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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