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취업 전쟁 시대다. 말 그대로 취업 문턱을 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세상이다. 토익 만점자가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판에 박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으로는 바늘구멍보다 비좁은 취업문을 뚫기가 버겁다.
이용자제작콘텐츠(UCC)가 새로운 취업 기회를 열어주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서로 된 입사 서류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다양한 끼는 물론, 창의력과 표현력까지 볼 수 있어 회사 채용 담당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니 홈페이지 ‘싸이월드’를 운영 중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최근 UCC 동영상(3분 내외)으로 인턴사원(12명)을 뽑았다. 회사측은 접수된 UCC 동영상 자기소개서를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올리고 네티즌들로부터 많은 표를 획득한 작품 제작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인턴 사원을 선발했다. 200명이 넘는 지원자들 가운데 살아 남아 자신들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인턴사원 2명을 만나봤다.
준비된 인재라는 점 강조
SK커뮤니케이션즈 컨버젼스 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형기(고려대 경영학과 4년ㆍ사진) 인턴사원은 UCC의 소재로 싸이월드를 선택했다. 3분 내외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선 소재 선정이 중요했다. “회사가 인터넷과 관련된 업체인 만큼 유행에 민감하고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신세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신세대들의 대표 문화 코드로 성장한 싸이월드가 제격이라는 판단이 섰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UCC 동영상 소재 선택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공개수배, 그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그의 동영상에는 싸이월드에서 그가 활동하고 있는 모습과 대학에서 ‘인터넷 마케팅’, ‘온라인 소비자 행동’ 등 인터넷 산업과 관련된 과목을 수강했다는 내용을 담아 이론과 실전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사진 애호가인 그가 동호회 등의 활동을 통해 인간관계를 넓혀 가고 있는 내용도 UCC 동영상에 포함시켰다.
그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사용에 서툴렀던 탓에 마무리 작업에 애를 먹었다. UCC 제작시 힘들었던 점을 묻자 그는 “솔직히 급한 마음에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원래 의도했던 스토리 라인이 망가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 진정한 제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입사하려고 하는 회사에 자신이 꼭 필요하고 준비된 인재라는 점을 (채용 담당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는 동영상 UCC 이력서를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인턴사원 지원도 ‘선택과 집중’ 필요
“인터넷에 얼굴이 공개된다는 생각에 망설였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시 기회를 잡기가 어려울 것 같아 과감하게 용기를 냈어요.” SK커뮤니케이션즈 미디어 편집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혜경(경원대 신문방송학과 4년ㆍ사진) 인턴사원은 UCC 동영상 자기소개서 제작 동기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이슈로 떠올랐던 포털업체 엠파스와의 합병설에 착안, ‘화제의 SK커뮤니케이션즈 합병설’이라는 제목으로 UCC를 제작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자신의 이름을 이니셜로 딴 가상의 ‘HK 커뮤니케이션즈(대표이사 박혜경)’라는 회사를 만들어 SK커뮤니케이션즈와의 합병 소식을 뉴스 형태로 재치 있게 묘사했다. “솔직히 편집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치밀하게 스토리 보드를 작성해서 촬영을 해야 했어요. 발음을 또박또박 하기 위해 몇 시간씩 볼펜을 입에 물고 연습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NG를 너무 많이 내서 촬영을 도와주는 친구에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그는 UCC 제작 당시 기억을 이렇게 떠올렸다.
비록 인턴사원이지만 막연한 지원은 본인에게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나중에 자신의 이력서에 한 줄 더 적어 넣으려고 적성에 맞지도 않는 회사에서 인턴을 하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종종 봐요. 미래에 대한 자신의 정확한 목표와 방향설정이 안된 상태에서 인턴 사원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인턴사원 지원에도 자신에 대한 냉철한 분석 아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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