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지중해연합(Mediterranean Union) 구상이 주변국들의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다. 지중해연합을 자신의 첫 정치업적으로 삼으려는 사르코지의 외교력이 본격적인 시험 무대에 오른 셈이다.
지중해연합 구상은 이민, 테러, 환경파괴, 경제개발 등 지역 현안을 함께 대처하기 위해 유럽과 북아프리카, 중동 국가들이 뭉쳐 경제ㆍ사회 공동체를 창설하자는 제안이다. 3개 대륙, 21개국과 인접해 있으며 4억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는 지중해 지역은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공존하고 있고 민족 구성도 유럽인, 아프리카인, 아랍인, 유대인 등으로 다양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지중해연합이 실질적인 정치 연합체로 태어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미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24일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달 튀니지, 알제리, 이집트의 정상들과 지중해연합 창설을 논의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창설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집트 튀니지 스페인 등은 프랑스를 지지하고 있으며, 프랑스 정부도 가을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프랑스의 입장에 동조하는 미구엘 앙헬 모라티노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지중해연합을 정상회의, 중앙은행 등을 갖춘 유럽연합(EU) 같은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은 프랑스의 움직임을 견제하고 있다. 만약 지중해연합이 창설할 경우 지중해에 인접하지 않는 자신들이 지중해 연안국들의 문제들로부터 소외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중해연합의 창설은 유럽연합 중심으로 그려진 유럽 정치의 밑그림을 어지럽히는 일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연합 가입을 위해 노력 중인 터키도 지중해연합 창설에 적대적이다. 프랑스가 그동안 “유럽(연합)이 정체성을 갖길 원한다면, 구성원에 대한 명확한 한계를 둬야 한다”며 터키의 EU 가입을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르코지가 터키를 지중해연합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지중해연합을 통해 터키와 유럽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터키는 프랑스의 이중적 잣대를 비판하고 지중해연합이 EU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연합체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도로시 슈미트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 프랑스가 EU의 순회 의장국을 맡을 경우 지중해연합이 중요한 성과물로 여겨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아랍권과 서구의 안보 분쟁으로 인해 이 지역의 정치적 분위기로는 협력을 이뤄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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