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오른팔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반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2선 퇴진론’의 한 근거로 박 전 대표 측의 거부감이 거론된 것과 관련, “경선 과정에서 과하게 한 것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며 “마음 속으로는 대선후보 낙마나 후보교체를 생각하면서 겉으로 화합이란 이름으로 손잡는 게 바로 구태”라고 말했다.
정치판의 말의 품격이 떨어진 게 어제오늘이 아니라지만 변화를 모색해야 할,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 최측근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근소한 표차로 눈물을 삼켜야 했던 패자의 가슴에 못질을 하는 말이자, 경선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한 듯하던 한나라당의 모습을 과거로 되돌리는 경솔한 말이다.
그는 치열했던 후보경선 당시 맺힌 감정의 응어리가 조금도 삭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경선에서 이기고도 그렇게 분함을 지우지 못할 정도라면, 진 쪽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느냐는 수준의 배려조차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의 정치적 위상이 걸린 ‘2선 퇴진론’이 섭섭할 수야 있다. 그러나 그 기분을 드러내는 방식이 이처럼 여과과정을 거치지 않고 개인적 감정을 드러낼 정도라면, 당내의 퇴진요구가 결코 그저 나온 것이 아닌 셈이다.
그의 주장대로 박 전 대표 진영의 아쉬움과 눈물은 아직 다 지워지지 않았다. 당사 앞에서 경선무효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박사모’나 지방 말단조직 등은 정치적 이해와 거리가 멀수록 심정적 열의는 강하게 마련이라는 상식에 비추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박 전 대표가 이미 경선패배 직후 이런 상황까지 예견, 지난 일을 잊고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협력하자는 강한 메시지를 발했으면, 나머지 소동은 곁가지일 뿐이다. 이런 작은 소동도 견디지 못한다면 중요한 일을 맡을 그릇인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일부에 떠도는 ‘이 후보 낙마론’까지 거론하며 마음까지 다 바치는 100% 승복을 요구한 데서는 지독한 독선과 아집이 느껴진다. 그것이 청산 대상임을, 과잉확신형 싸움꾼 정치인이 감동을 주던 시대가 갔음을 모른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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