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능선을 넘은 듯 보였던 증권선물거래소 상장이 삐걱거리고 있다.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올 10월 상장 일정은 물론, 자칫 상장계획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거래소 상장은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이영탁 이사장의 임기 중 최대 역점 추진사업. 상장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 증시 선진화와 국제화에 기여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주식거래라는 독점적 사업으로 돈을 벌고는 상장차익까지 챙기려 한다’는 비난여론이 일자 주주인 증권사들을 다독여 이 달 초에는 3,700억원 규모의 공익기금 조성이라는 ‘무마용’ 카드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독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상장 승인권한을 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거래소의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공적기능 유지방안을 마련하고 상장하라”는 조건을 내걸고 나선 것. 무늬는 주식회사지만 증시 운영이라는 공공기능을 독점하고 있는 만큼 거래소가 상장 후 수익 우선주의나 인수합병 바람에 휘둘리지 않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재경부가 구체적으로 현재 거래소 업무 중 시장감시, 상장, 공시 등 기능을 별도 조직으로 이관한 뒤 상장하라고 요구 중인데 이를 빼면 결국 매매 기능만 남게 돼 거래소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최근 시장감시 조직의 인사ㆍ예산권을 금감위 감독 아래 두는 개편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27일에는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안을 상장위원회에서 심의키로 하는 등 여전히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거래소가 상장 강행을 위해 조직을 와해시키려 한다”며 상장 반대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관련, 거래소 이광수 이사는 “협의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재경부 담당자는 “거래소와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 상장은 공익과 사익의 충돌이라는 근본적 딜레마는 물론, 상장 시 생길 자사주를 둘러싼 노조의 밥그릇 다툼도 심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 이사장의 임기 안에 이뤄지지 않으면 상장 자체가 물건너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