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일본 아이치(愛知)현 다하라(田原)시 외곽의 도요타 츠츠미 공장. 비틀거리는 공룡 GM을 제친 세계 최강 도요타자동차의 모든 노하우가 집결된 곳이다.
이날 기자가 본 생산 현장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머리속에 피상적으로 맴돌던 '도요타식 생산 방법'을 의미하는 단어 TPS(Toyota Productivity System)의 실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츠츠미 공장 차체용접 라인의 자동화율은 93%에 이른다. 기계들이 놀라운 스피드로 차체를 구성해 내면 숙련된 근로자들이 꼼꼼하게 작업을 마무리한다. 1,000여개의 로봇과 인간이 만들어 내는 완벽한 하모니였다. 어느 하나 어긋남이 없이 일체가 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무려 7가지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츠츠미 공장은 프리우스와 캠리, 프리모(코로나), 에리온, 칼디나, 싸이온tC, 위시 등 다양한 차종을 만들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는 '1라인 다차종' 생산이 사실상 힘들다. 중형 쏘나타를 만드는 근로자가 준중형 아반떼를 만들기 어렵다는 얘기다.
현대ㆍ기아자동차의 경우 작업인력을 탄력적으로 투입하기 위해 전환배치제의 도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대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안내를 맡은 요시이 치히로씨는 "한 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차가 생산되지만, 만약 라인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작업자가 즉시 라인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줄이 당겨지면 작업현황을 나타내는 '안돈(andon)'이라는 게시판 위에 해당라인 부분이 초록색에서 황색으로 바뀐다.
하지만 약 1시간의 라인 견학 동안 황색으로 바뀌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결국 세계 최고의 생산시스템이라 불리는 도요타 생산방식 TPS는 기업의 최첨단 생산시스템과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어우러져 완성된 합작품이었다.
국내 재계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선진적인 생산방식을 구축한 도요타를 벤치마킹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도요타식 저비용 경영전략과 고품격 기술 개발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도요타 배우기 열풍은 삼성, 현대ㆍ기아차, LG, 포스코 등 주요그룹을 비롯 중견 중소기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90년대 재계가 미국의 GE와 당시 최고 경영자였던 잭 웰치회장 배우기에 몰두했다면, 2000년대 들어 도요타로 바뀌고 있다.
도요타는 세계최고의 기술력과 생산방식을 바탕으로 세계 자동차업계를 호령하던 GM를 제압한데다, 무분규를 바탕으로 한 노사화합, 지난 5년간 매년 1조엔 이상의 순익을 기록하는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전무를 비롯 임원들을 도요타에 연수보내 경쟁력을 전수받고 있다. LG전자는 올 초부터 본부와 사업본부 소속, CTO(최고기술경영자) 산하 그룹장 이상 간부급 1,600여명이 도요타에서 연수중이다. 포스코도 글로벌 환경에서도 통할 수 있는 포스코식 경영방식(포스코웨이)를 만들기 위해 도요타의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금융계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투자증권은 올 초 두 차례에 걸쳐 임원 25명 전원을 대상으로 도요타 경영혁신 연수를 실시했다.
산업자원부가 24일 개최한 '2007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 컨퍼런스'에 기조 연설자로 참석한 도요타의 핵심 협력업체인 기후차체공업의 호시노 데쓰오(星野鐵夫) 회장은 "도요타의 생산방식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도 이 같은 생산 방식을 도입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도요타=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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