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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의 풍경 11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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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의 풍경 11가지'

입력
2007.08.2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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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지음 / 길 발행ㆍ 702쪽ㆍ3만3,000원

아카데미 안팎을 장악했던 대중적 인기, 에세이를 이용한 비전통적 방식의 논리 전개, 20권이 넘는 저서와 300편이 넘는 논문을 쓰는 정력적 활동을 했던 유대인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1858~1918).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학계에서 배척받다가 숨지기 4년 전에야 겨우 베를린대 정교수 자리를 얻었던 ‘아웃사이더 지식인’.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의 풍경 11가지> 는 한 세기 내내 묻혀있다 최근 막스 베버와 함께 19세기말 독일사회학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조명받고 있는 짐멜의 광대무변한 사상세계를 일별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는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 <근대세계관의 역사> 등 올해초부터 정력적으로 짐멜의 글들을 소개해오고 있다.

짐멜은 사회학 뿐 아니라 철학, 교육학 등 다양한 인식틀과 범주로 사회를 관찰한 ‘메타과학자’였다. 자본주의 등장 이후 변화된 현대사회의 모습(모더니티)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하는 것이 그의 관심사였다.

돈, 공간, 도시, 도덕, 얼굴, 이방인, 박람회, 매춘, 캐리커쳐 등 현대적 삶의 체험을 구성하는 다양한 것들이 모두 짐멜의 학문의 소재가 됐다. 이 책은 짐멜이 그린 수많은 모더니티의 풍경 가운데 돈, 개인, 종교, 가치 등 비교적 커다란 범주에 해당하는 11가지 것들을 모아 꾸민 화랑(畵廊)이라 할 수 있다.

짐멜의 지적 탐구대상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그가 바라보는 모더니티의 풍경은 다소 흐릿하다. 지은이는 사회구조를 비교적 명징하게 해석한 베버의 그것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그 상(像)의 초점을 맞춘다.

예컨대 베버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에서 자본주의와 정신을 결합시킨 담론을 구성했다면, 짐멜은 그의 주저 <돈의 철학> 을 통해 돈과 영혼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방식을 택한다. 즉 자본주의는 경제체제인 동시에 윤리적-문화적 형식이라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을 보였던 베버의 생각이나 짐멜의 그것이 유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따라서 짐멜에게 자본주의 담론이 부재했다는 일부의 지적은 성실하지 못한 비판이라고 말한다.

노동을 경제학적ㆍ사회학적 입장에서 바라본 마르크스의 분석과 비교해 ‘노동은 육체의 기계적 작동이 아니라 영혼의 행위’라며 철학적 시각으로 해석한 짐멜의 시각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김 교수는 “이 책이 짐멜을 사회학, 아니 한걸음 더 나아가 모더니티 담론의 중심축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까지 <돈의 철학> <램브라트> 등 짐멜의 주저 10여권을 번역할 계획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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