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 지음 / 길 발행ㆍ 702쪽ㆍ3만3,000원
아카데미 안팎을 장악했던 대중적 인기, 에세이를 이용한 비전통적 방식의 논리 전개, 20권이 넘는 저서와 300편이 넘는 논문을 쓰는 정력적 활동을 했던 유대인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1858~1918).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학계에서 배척받다가 숨지기 4년 전에야 겨우 베를린대 정교수 자리를 얻었던 ‘아웃사이더 지식인’.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의 풍경 11가지> 는 한 세기 내내 묻혀있다 최근 막스 베버와 함께 19세기말 독일사회학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조명받고 있는 짐멜의 광대무변한 사상세계를 일별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는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 <근대세계관의 역사> 등 올해초부터 정력적으로 짐멜의 글들을 소개해오고 있다. 근대세계관의> 게오르그> 게오르그>
짐멜은 사회학 뿐 아니라 철학, 교육학 등 다양한 인식틀과 범주로 사회를 관찰한 ‘메타과학자’였다. 자본주의 등장 이후 변화된 현대사회의 모습(모더니티)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하는 것이 그의 관심사였다.
돈, 공간, 도시, 도덕, 얼굴, 이방인, 박람회, 매춘, 캐리커쳐 등 현대적 삶의 체험을 구성하는 다양한 것들이 모두 짐멜의 학문의 소재가 됐다. 이 책은 짐멜이 그린 수많은 모더니티의 풍경 가운데 돈, 개인, 종교, 가치 등 비교적 커다란 범주에 해당하는 11가지 것들을 모아 꾸민 화랑(畵廊)이라 할 수 있다.
짐멜의 지적 탐구대상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그가 바라보는 모더니티의 풍경은 다소 흐릿하다. 지은이는 사회구조를 비교적 명징하게 해석한 베버의 그것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그 상(像)의 초점을 맞춘다.
예컨대 베버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에서 자본주의와 정신을 결합시킨 담론을 구성했다면, 짐멜은 그의 주저 <돈의 철학> 을 통해 돈과 영혼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방식을 택한다. 즉 자본주의는 경제체제인 동시에 윤리적-문화적 형식이라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을 보였던 베버의 생각이나 짐멜의 그것이 유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따라서 짐멜에게 자본주의 담론이 부재했다는 일부의 지적은 성실하지 못한 비판이라고 말한다. 돈의> 프로테스탄티즘의>
노동을 경제학적ㆍ사회학적 입장에서 바라본 마르크스의 분석과 비교해 ‘노동은 육체의 기계적 작동이 아니라 영혼의 행위’라며 철학적 시각으로 해석한 짐멜의 시각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김 교수는 “이 책이 짐멜을 사회학, 아니 한걸음 더 나아가 모더니티 담론의 중심축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까지 <돈의 철학> <램브라트> 등 짐멜의 주저 10여권을 번역할 계획이다. 램브라트> 돈의>
이왕구 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