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불거진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어지럽다. 통일부와 국방부 장관이 NLL의 본질적 성격과 재설정 문제에 엇갈린 견해를 떠드는 바람에 더욱 혼란스럽다.
고유한 책무가 서로 다른 점도 있지만, 예민한 문제를 경솔하고 거칠게 다루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대선 정국과 맞물린 정치사회적 분란을 정부가 부추기는 잘못부터 깨닫기 바란다.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이미 지적했다. 남북은 1992년 기본합의에서 해상경계선 획정을 계속 협의하는 동시에 기존 경계선은 존중하기로 했다.
따라서 NLL 재설정을 거론하는 것조차 '영토주권 포기'라고 분개할 것은 아니다. 다만 두 차례 유혈사태를 겪은 끝에 충돌방지를 위해 NLL 주변 공동어로수역 설정을 실무 협의하고 있는 마당에, 정상회담에서 기본합의를 재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 경계선을 긋는 것은 적절치 않고 일반적 관행과도 어긋난다.
사리가 이런데도 정부가 먼저 NLL 문제를 부각시킨 것은 엉뚱하다. 게다가 통일부 장관이 정교한 논리도 없이 서해교전은 반성할 점이 있다고 발언, 거친 논쟁을 부른 것은 지각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장병이 희생된 도발에 뭘 반성하란 말이냐"는 보수여론의 반발은 이해하더라도 국방부 장관이 노골적 이견을 밝힌 것은 옳지 않다. 경위가 어떻든 아까운 장병의 목숨을 잃은 사태를 군과 사회가 함께 반성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과제다.
NLL 문제에 대해 객관적 전문가들은 당장 갈등의 중심인 꽃게잡이 분쟁을 국제법 원칙과 관행을 좇아 타협해야 한다고 일찍부터 충고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를 미룬 채 1999년 연평해전에서 북쪽에 타격을 준 것을 기꺼워하다가 2002년 거꾸로 당했다.
그 교훈은 아무리 분해도 전면전을 무릅쓰지 않고는 보복할 길이 없고, 충돌 방지와 서해 평화를 위해 힘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교훈을 외면한 채 낡은 논쟁을 되풀이하는 것은 헛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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