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찜통더위. 한여름에 요리 촬영을 하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다. 에어컨을 틀어도 30도가 넘는 주방의 온도와 온갖 음식 냄새로 온몸을 샤워하다 보면 불쾌지수도 머리끝까지 올라가기 마련. 오후 2시에 시작한 촬영이 벌써 밤 9시를 지나고 있었다.
“용 실장님! 저희 저녁 안 먹어요? 아무래도 더 늦어질 것 같은데….” “그럴까요? 그런데 영 더워서 뭘 먹어야 좋을지… 뭐 드시겠어요?” “전 짬뽕이요.” 헉! 그녀는 거침없이 짬뽕을 외쳤다. 이 더운데 웬 짬뽕! 요즘 너무 더워서 중국음식보다 시원한 냉면집을 권하려했는데 말이 나오기도 무섭게 메뉴를 선택해 버렸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가끔 함께 일하는 그녀는 프리랜서 기자. 생각해 보면 매번 촬영할 때마다 그녀는 짬뽕을 먹은 것 같다. 그나 저나 난 뭘 먹지…. 분위기를 보니 다른 사람들 역시 달갑지 않은 눈치.
하지만 그녀의 당당함에 우린 일찌감치 메뉴 선택권을 포기해야 했다. 그녀만 짬뽕을 주문하고 다른 이들은 자장면으로 통일해 주문을 했다. 난 더위를 먹었는지 입맛도 없고 해서 먹는 둥 마는 둥 자장면을 먹고 있는데 그녀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연신 후루룩후루룩 얄밉게도 잘 먹는다.
미식가로 소문난 그녀의 식성이 평소에는 그리 복스럽게 보이더니 오늘은 왜 그렇게 덥고 답답해 보이는지. 시원한 냉면이라도 먹었으면 입맛이 좀 살아날까 했는데 이런 내 맘도 모르고 오늘따라 게걸스럽게 먹는 그녀의 모습이 괜히 미웠다.
시장했던 터라 나를 제외한 모든 스태프는 순식간에 식사를 해치우고 각자의 일을 준비했고 나 역시 다음 사진을 위해 부지런히 음식 세팅을 마친 후 카메라 앞으로 가져갔다. “포토 실장님 OO씨 어디 갔어요?” “음…화장실 간지 꽤 된 것 같은데….” 역시나 오늘도 식사 후 바로 화장실을 갔구나! 잦은 매운 음식 섭취가 그녀의 장에 부담을 주는 듯했다.
생각해 보면 촬영 때마다 어김없이 매운 짬뽕을 먹고 난 후 바로 화장실을 조용히 갔다 오는 그녀. 모르긴 해도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그녀가 식사 후 늘 감당해야 할 무거운 과제였을 것이다. 아무 일 없다는 듯 화장실에서 우아하게 걸어 나오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무언의 킥킥거림을 삼켜야 했다.
그녀처럼 매운 것을 좋아하지만 뒷감당에 문제가 있는 분들에게는 부추를 추천한다. 부추는 비타민A, B가 풍부하게 함유된 건강 채소로 강정, 강장 효과가 탁월하다. 부추에는 유화알릴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유화알릴이 우리 몸에 흡수되면 자율신경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돕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몸이 따뜻해지니 위가 거북하거나 장이 불편할 때 부추를 알맞게 섭취하면 혈액순환을 좋아져 설사, 냉증, 빈혈, 기력쇠퇴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너무 과한 양을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고 또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 영양부추 게맛살 부침
영양부추 60g, 게맛살 3개, 홍 피망 1/3개, 검은깨 약간, 소스(연겨자 1큰술, 설탕 1/2큰술, 레몬즙 1큰술, 조선간장 약간, 식초 1작은술, 후추 소금 약간씩)
1. 영양부추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후 적당한 길이로 썬다.
2. 게맛살은 3등분해 얇게 찢고 홍 피망은 깨끗이 씻어 얇게 채 썬다.
3. 볼에 분량의 소스 재료를 넣고 잘 섞는다.
4. 3의 볼에 1과 2의 재료를 넣은 잘 버무린 후 검은깨를 뿌려낸다.
글ㆍ사진 박용일 푸드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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