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갈수록 줄어드는 단독주택지를 살리겠다는 의견을 최근 내놓았다. 도시에는 다양한 계층이 주거하는 다양한 주거유형이 있어야 하는데 아파트 건설이 늘어나면서 저ㆍ중 소득층이 살 수 있는 주택이 고갈되고 있다며 이를 보완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그를 위해 도시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는 단독주택지는 아파트로 재개발 재건축되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단독주택지가 아파트촌으로 바뀌고 그로 인해 중산층까지 정든 집과 마을을 떠나야 하는 현실을 비판해왔던 사람으로서 이 같은 정책 변화를 원칙면에서 환영한다(2006년 9월 7일자 서화숙칼럼 ‘서울 주택가를 덮친 괴물’ 참조).
■ 단독주택지, 살기 좋게 가꿔야
그러나 양질의 단독주택지를 살리겠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아파트 건설을 방임해왔던 것보다야 낫지만 나쁜 단독주택지를 좋은 단독주택지 내지 저층 공동주택지로 바꿀 수 있어야 맞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주택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일본의 예를 들어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넘어서면 아파트, 2만달러가 넘어서면 타운하우스(저층 공동주택), 3만달러가 넘어서면 단독주택이 인기라고 했다. 이것이 한국에도 적용되는가를 자료로 살펴보니 얼추 맞았다.
한국의 국민소득은 1995년에 1만달러를 넘어섰는데 이 무렵부터 전국적으로 아파트 바람이 불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으며 휘청했던 국민소득은 2002년 다시 1만달러로 돌아섰다.
이 해부터 아파트 가격은 폭등했다. 2007년 현재 국민소득은 2만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데, 기묘하게도 2006년 들어 연립주택(저층공동주택)의 가격이 급등세이다. 전국적으로 7.4%, 서울지역은 8.1%가 올라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넘어섰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그렇다면 미래를 대비하는 측면에서도 단독주택지를 제대로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서울의 사례는 곧 지방으로 번져간다는 점에서 서울에 거는 기대도 있다. 아울러 서울 뿐 아니라 오래된 단독주택지가 있는 다른 대도시에서도 단독주택을 지키려는 서민들과 아파트로 개발하려는 업체들 간의 싸움이 치열하기에 더욱 그렇다.
■ 줄어드는 양질의 단독주택지
질 나쁜 단독주택지를 살리는 것은 공공정책이 약자를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필수적이다. 좁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소방차도 드나들 수 없고 도시가스도 깔리지 않은, 질 나쁜 단독주택지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비싼 연료를 쓰면서 힘들게 하루를 살아간다.
단독주택 몇 채를 저층 공동주택으로 묶어 주면 소방도로와 도시가스관을 이어줄 수 있다. 지방정부가 공공건축 설계안을 제시하고 주택자금을 대출해서 이런 동네를 제대로 살리면 빈곤층의 생활안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서울의 수려한 산등성이에 아파트가 흉물스럽게 들어서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것은커녕 서울시가 단독주택지를 지키는 것조차 얼마나 실현될지 의심스럽다. 서울시가 이미 발표한 뉴타운 계획이 아파트 중심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아파트로 재개발을 조장하는 서울시의회의 방침을 바꾸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지역주민 3분의 2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하던 재개발구역 지정을 지난해부터 절반의 동의로도 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
이 틈새를 노리고 아파트 건설로 한몫을 챙기려는 건설업체가 돈을 뿌려대면서 단독주택지마다 쑤시고 다녀서 제 집을 지키려는 중산층이 힘겹게 재개발 반대운동을 해야 하는 일이 양질의 단독주택지에서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현재진행형의 싸움에서 단독주택지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면 앞으로 잘 하겠다는 것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