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전에 ‘경영권 매각’이라는 새 변수가 돌출, 과열 양상을 보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의 최대 주주인 아랍에미리트의 국제석유투자회사(IPIC)는 최근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인수 의향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지분 절반(35%)은 물론이고 가격대가 맞다면 지분 50% 이상을 매각해 경영권까지 넘길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IPIC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분 매각 무산설 때문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IPIC는 미국 코노코필립스, GS칼텍스, 롯데그룹, 현대중공업 등 인수 의사가 있는 업체들에게 인수제안서를 받겠다고 밝힌 지 얼마되지 않아 경영권까지 넘기겠다는 뜻을 담은 수정안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전은 19.87%의 지분과 우선매수권을 가진 현대중공업의 의지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대주주였던 현대중공업은 2006년 2월 33.07% 지분 중 13.20%를 IPIC에 매각하면서 ‘우선매수권’을 갖기로 했다.
이에 따라 IPIC는 현대중공업에 먼저 인수 제안을 했지만 가격차로 이뤄지지 않자 공개입찰로 선회했다.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현대중공업에 우선매수권을 쓸 것인지를 타진하겠다는 의도다.
업계에서는 지난 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GS칼텍스, 롯데그룹, 미국계 코노코필립스 등이 매각가격만 올려놓는 들러리역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GS칼텍스가 됐든 코노코필립스가 됐든 현대중공업이 이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우선매수권을 사용하면 IPIC의 지분을 살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이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높은 가격을 써 내야 인수가 가능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IPIC가 경영권 카드를 내세워 업체간 경쟁을 불러 일으켜 인수 가격을 올리려는 전략”이라며 “현대중공업의 의지가 현대오일뱅크 인수전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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