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본사를 둔 세계적 정보통신(IT)기업 사티암 컴퓨터 서비스사(社)는 최근 이집트 카이로에 진출해 300명의 현지 직원을 고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및 아랍권 고객을 위한 기술지원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회사측은 “숙련된 이집트 노동자의 임금은 인도에 비해 다소 높지만 사업 영역을 아랍권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지인을 고용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통신 회사인 텔레퍼포먼스도 불어권 고객을 대상으로 콜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튀니지에서 현지인 3,500명을 고용했다. 이 회사는 곧 카이로에 진출해 미국, 유럽 등 영어권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중동 국가들이 아웃소싱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웃소싱 대상 국가로 각광 받던 인도에서 임금이 상승하고 이직률이 높아지면서 IT 분야의 다국적 기업들이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동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인도에 진출한 기업들도 중동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중동 국가들도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제 자유화 보장 구호를 내걸고 뿌리 박힌 관료문화를 개선하는 등 변화를 모색 중이다.
컨설팅기업인 A. T. 키니(Kearney)가 올해 발표한 다국적 기업들이 선호하는 아웃소싱 대상국가 20위 안에는 이집트와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포함돼 있다.
키니 소속으로 현재 이집트 정부를 위해 다국적 기업 유치 활동을 하는 시몬 벨은 “중동 지역이 새로운 다국적 기업들의 집결지가 될 것”이라며 튀니지, 모로코, 이스라엘을 후보지로 꼽았다.
다국적 기업이 중동 지역을 선호하는 이유는 중동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세계 3대 경제권에 걸쳐 있어 지리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저렴하고 숙련된 노동력 역시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과거 유럽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이 지역 주민들은 조금만 교육을 받으면 다국적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영어, 불어를 구사할 수 있다. 게다가 IT산업이 아랍권에서도 호황을 누리자 아랍어를 구사하는 인력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라크, 레바논, 이스라엘은 대표적인 국제분쟁지역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여건이 상대적으로 성숙되지 않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두바이로 대표되는 중동 경제의 호황은 약점들을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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