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21일 “당의 색깔면이나 기능면에 있어서 모두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당을 ‘이명박 스타일’로 확 바꾸겠다는 이야기이다. 과연 이 후보는 어떤 모습의 한나라당을 그리고 있을까.
당 쇄신의 큰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한마디로 ‘본선에 승리하기 위한 변화’다. 키워드는 이념적으로는 ‘중도 실용주의’, 지역적으로는 ‘서부벨트 공략’, 세대별로는 ‘젊은층 공략’으로 압축된다. 이 후보는 강한 보수성향이나 기득권 등과 같은 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일신해야만 반(反)한나라당 전선에 맞서 본선에 승리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를 현실화 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은 아직까지 뚜렷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 짚어볼 수 있다. 우선 외부 인사 수혈 등을 통한 외연확대에 방점이 찍힌다.
보수 색채를 완화하고 중도 실용 이미지를 보강하기 위해 각계 각층의 개혁 성향 인사들을 적극 영입하는 것이다. 공동 선대위원장의 외부 영입이 검토되는 것도 이런 차원이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새피 수혈을 통한 외연확대가 현재로선 가장 우선적 방법론”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 및 국민중심당과의 연대도 검토된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이미 “충청ㆍ호남권 정치세력과도 힘을 모을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혀왔다.
당대 당 차원의 연대에까지 못 미친다면 주요 인물의 영입도 가능할 수 있다. 이는 서부벨트를 공략해 당의 외연을 넓힌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캠프 대변인을 지낸 박형준 의원은 “아직 두 정당과의 구체적 협의는 없었지만 앞으로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 실용노선 강화와 관련해서는 정책분야, 특히 대북정책을 주목해 볼 수도 있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기조에 비해서는 다소 유연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연확대를 위해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당 운영 과정에서의 변화도 거론된다. 이 후보가 자신의 색깔을 담아 ‘일하는 정당’ ‘정책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측근은 “기존의 정당체제에 기업형 운영방식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쇄신 작업이 과격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선에서 간발의 차로 신승한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안는 당 화합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자칫 당 쇄신을 급격히 치고 나갈 경우 기존 당 주류 세력들이 반발하면서 상황이 어지러워 질 우려가 있다.
이 대목에서 당 혁신 작업에 대한 이 후보의 딜레마가 있다. 특히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인적쇄신은 쉽게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결국 이 후보의 ‘당 체질 개선’ 일성은 당내용이라기 보다는 대외용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후보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도 “화합이 우선이며, 쇄신은 화합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말해 자연스런 당 변화를 강조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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