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0시10분 경기 하남 창우리 현대가(家) 선영. 모짜르트의 진혼곡이 장엄하게 흐르는 가운데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고 변중석 여사의 영정을 들은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탄 에쿠스 리무진과 운구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정몽준 의원,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대표 등 유가족들이 뒤를 따랐다.
현대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고 변중석(향년 86세) 여사가 남편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곁에 안장됐다. 앞서 고인의 영결식은 이 날 오전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 그룹 임직원, 지인 등 각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족장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은 새벽 발인제를 지낸 후 오전 7시20분부터 이인원 전 문화일보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고인의 약력보고, 생전 고인의 모습을 담은 영상 소개, 추모사, 헌화ㆍ분향 등으로 약 30분간 엄숙한 분위기로 치러졌다.
추모사는 고 정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신영씨의 지기이자 학창시절 정 명예회장의 자택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현대가와 한가족처럼 지낸 정재석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과 고 변 여사와 친자매처럼 정을 나눴던 전 성심여대 총장인 김재순 수녀가 맡았다.
김 수녀가 추모사를 읽어가자 유가족들의 애도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김 수녀가 "부엌도 없는 낙산 단칸방 셋집에 살면서 바깥에서 밥을 지으며 매일 눈물을 흘렸다는 여사님"이라며 고인과 추억을 꺼내자 묵묵히 듣고만 있던 정몽구 회장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오른손으로 미간을 훔쳤다.
정몽준 의원은 흰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으며, 정의선 사장도 할머니의 마지막 길이 안타까운 듯 두 손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영결식 직후 장례 행렬은 별도의 노제 없이 고인이 살았던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 들른 뒤 경기 하남 창우리 선영으로 향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고 변여사의 직계가족을 비롯한 유가족, 이홍구 전 총리, 한승주 고려대 총장,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 이계안 의원, 미국 헤리티지재단 에드윈 퓰너 회장을 대신한 켄 쉐퍼 보좌관, 국제축구연맹(FIFA) 디아키테 집행위원, 현대그룹 관계사 임직원 등이 참석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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