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원조를 받는다?
켄 리빙스턴 런던 시장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석유 원조’ 제안을 받아들여 이색적인 일이 실제 벌어졌다.
리빙스턴 시장은 20일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가 제공하는 석유로 가난한 런던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가디언 등 영국 일간지들은 영국도 차베스의 석유 외교로 혜택을 보는 20여개 국가 중 하나가 됐으며, 수십만명의 런던 시민들이 우선 1년 동안 버스 운임의 20%를 할인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수혜 대상은 편부모들과 장기 환자 및 장애인 등이다.
차베스 대통령의 이 같은 ‘런던 프로젝트’는 지난해 5월 그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연합(EU)-남미 정상회담 참석 후 런던을 방문, 리빙스턴 시장에게 제안한 것.
당시 그는 유럽 빈곤층에게 싼값으로 석유를 공급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이 결과 런던 빈곤층이 많이 이용하는 대중 교통수단인 버스에 연료를 공급키로 했다. 대신 런던시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사무소를 열고 치안과 교통, 주택 등 런던시의 도시 운영 노하우를 전수한다.
리빙스턴 시장은 자신이 차베스의 석유 외교에 넘어갔다는 비난에 대해 “누가 와서 ‘1,400만파운드를 갖고 싶냐’고 묻는데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레드 켄’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리빙스턴 시장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 내에서 과감하게 미국의 제국주의적 외교를 비판해 온 좌파 정치인이다.
선진국인 영국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4분의 1에 불과한 베네수엘라로부터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런던 시의회 보수당 대표인 앤지 브레이는 “금융 지원이 필요했다면 차라리 재무부에 요청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며 “독재자에게 손을 벌리는 우리 시장의 끔찍한 모습을 절대 옹호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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