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회를 다 마치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감개무량합니다.”
한국 골프계의 ‘살아 있는 전설’ 한장상(67)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이 50년 연속 출전 대기록을 남기며 현역에서 은퇴했다.
한장상 고문은 21일 경기 용인의 코리아골프장(파72)에서 열린 코리아골프아트빌리지 제50회 KPGA선수권대회 1라운드에 출전해 1958년 열린 첫 대회부터 지금까지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며 50회 연속 출전의 금자탑을 세웠다.
이날 한 고문은 10번홀에서 출발해 15번홀 티샷을 하다 목 디스크가 재발한 가운데 18번홀까지 어렵사리 9개홀을 마친 뒤 기권했다. 9개홀 성적은 5오버파 41타. 한 고문은 “18홀을 다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목 디스크 증세가 재발해 도저히 스윙을 할 수 없었다. 아쉽지만 그래도 꿈을 이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고문은 또 “이제 더 이상 정규대회 출전은 없다. 60세 이상 출전하는 시니어대회에만 가끔 나갈 것”이라며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KPGA투어 50회 연속 출전은 아널드 파머(미국)의 마스터스대회 50회 연속 참가에 견줄만한 위업이다.
한국프로골프가 아직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58년 프로에 입문한 한 고문은 60년 프로데뷔 첫 승을 이 대회에서 기록했으며 68년부터 4연패를 거두는 등 이 대회서만 7승을 따냈다. 72년에는 일본오픈에서 우승하고 이듬해에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마스터스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52년간 선수생활에서 통산 22승(국내 19승, 해외 3승)을 올렸다.
자신이 골프를 할 때를 생각하면 비참했다고 회고한 한 고문은 “원로들이 고생한 덕분에 지금은 후배들이 좋은 여건에서 골프를 하고 있다”면서 “60, 70년대에는 대회가 2개 밖에 없었다. 요즘은 잘 치는 선수가 많아 경쟁이 심하고 한 선수가 독주하기 어렵기 때문에 KPGA선수권대회에서 내가 세운 최다 우승 기록은 쉽게 깨지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회에서는 한 고문에 이어 최상호(52)가 6승을 기록 중이다.
1940년 3월 서울에서 태어난 한 고문은 13세 때 군자리 서울골프장에서 캐디 생활을 하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52년간의 선수생활 동안 그가 출전한 대회는 1,010개에 달한다. 제6대 KPGA회장(1985~87년)과 제2대 한국여자프로골프회장(1990~91년)도 역임했다. 한 고문은 또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이병철 삼성 회장 등 유명 인사를 개인 지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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