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의 충만한 아름다움을 관능적으로 표현해온 김선우(37) 시인. 내면의 감흥과 무의식을 인상주의 기법으로 담아내온 조연호(38) 시인. 1990년대 중반 등단 이후 독창적 시세계를 구축하며 주목받고 있는 두 시인이 나란히 산문집을 펴냈다.
김씨의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 (새움 발행)는 96년 데뷔 이래 일간지, 시사잡지, 문학잡지에 썼던 글을 묶은 책이다.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2002) 등을 통해 뛰어난 에세이스트임을 보여줬던 시인의 네 번째 산문집으로, 불교 사상과 생태주의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밀도 있는 문장이 품위를 더한다. 물> 우리>
치악산 자락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시인에게 덧씌워진 ‘초연함’의 이미지는 이 책에서 찾기 힘들다. 김씨는 구체적 현실을 향해 제 목소리를 분명하게 낸다. “토건공화국의 부끄러운 현재가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오는가”(89쪽)를 유념하라며 동강댐 건설 논의에 반대하고, 복원된 낙산사 동종 내부에 문화재청장 이름을 새긴 일에 대해 “허명에의 욕망이 도처에 너무도 승하여 멀미가 날 지경”(128쪽)이라고 일갈한다.
올 3월 일부 평론가들의 비평을 “시인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자기검열을 요구하는… 신종 판옵티콘”(247쪽)으로 비판해 화제가 됐던 글과 부산의 청소년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에서 학생들과 나눈 토론 녹취록도 실렸다.
조씨의 첫 산문집 <행복한 난청> 의 외양은 음악 앨범 리뷰다. 시인은 로리 앤더슨, 애스터 어위크, 횔더린 등 전위적인 외국 뮤지션의 앨범 20건마다에 ‘감상문’을 붙였다. “(책에 실린 글은) 음악에 대한 나의 소견이…지만, 이것이 산문인지 시인지 혹은 소설인지는 당신이 판단할 일”(6쪽)이란 서문처럼 시인은 장르가 모호한 글쓰기를 지향한다. 음악에서 받은 인상이 즉흥적인 상념으로 끊임없이 치환된다. 행복한>
로리 앤더슨의 일로트로닉 음악을 “가라앉거나 떠오르는 것을 염려하지 않으며 물 속에 뛰어든 미친 오필리아의 노래”로 파악하자마자 “텍스트들은 모두 밤에서 온 것이고, 그리고 잘 정리된 행간만의 어둠들”(이상 39쪽)이란 철학적 사유로 옮겨가는 식이다. 시인의 산문은 시만큼이나 난해하나, 중첩된 이미지들이 전하는 인상은 강렬하다.
2005년 시 전문 계간지 <시작> 에 ‘음악 에세이’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과 새롭게 쓴 글이 책으로 묶였다. 시인은 기타 연주와 작곡에 능하며 최근엔 인도 전통 현악기 ‘시타르’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인터넷 문학 방송 ‘문장의 소리’ 작가 겸 프로듀서를 맡아 깊은 음악적 조예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시작>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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