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를 선출하고 막을 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연말 대선 풍향과 사회적 흐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시사점을 남겼다. 물론 대선 본선이 아닌 특정 정당의 경선에서 나타난 현상을 보편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현재까지 대선판도에서의 한나라당의 비중과 위상을 감안할 때 최소한 ‘절반의 의미’는 가질 수 있다는 평가다.
첫째 메시지는 경제다. 경제제일, 실용주의를 대표 브랜드로 내세운 이 후보가 당 안팎의 여러 의혹과 강력한 견제를 뚫고 일반 여론조사 1위를 고수한 가운데 당 후보로 당선된 것은 경제문제가 국민들 사이에 핵심적 관심사로 자리잡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한나라당 지지층이 재산 관련 의혹 등 약점에도 불구, 이 후보를 선택한 것은 경제를 살리는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경제가 이 후보의 수많은 의혹과 약점을 이긴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외과 교수는 “이제 범 여권도 경제 마인드 없이 대북문제 등만 갖고는 싸움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범 여권에서 양극화 해소, 민생경제 회복 등이 중요 현안으로 떠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기존의 ‘민주 대 반(反) 민주’ 또는 ‘진보 대 보수’의 이념 대결구도는 상대적으로 흐릿해질 수 있다는 게 두 번째 시사점이다. 더구나 이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선 보수성향이 덜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를 ‘중도 우파’로 평하는 이들도 많다. 범 여권으로선 이념 문제를 들이대 이 후보와 싸우는 게 효율적이지 못할 수 있다.
이정희 교수는 “범 여권의 경우 민노당이라는 확실한 좌파 정당 때문에 대선후보가 좌파적 성향을 띠면 중도의 공간을 한나라당에게 내 줄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선 범 여권도 실용주의와 중도를 내걸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따라서 이데올로기적 대결은 약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유권자 의식 또한 중도로 수렴되고 있는 사실도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2002년 16대 대선 당시와 비교할 때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6.3% 포인트 줄고, 중도는 6.5% 포인트 늘었다.
셋째, 전통적으로 영남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한나라당에서 영남이 아닌 수도권 및 호남의 지지를 받은 이 후보가 영남 및 나머지 지역에서 강세를 보인 박 전 대표를 눌렀다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역대 경선에서 영남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한 후보가 이긴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는 앞으로 이 후보가 하기에 따라선 한나라당의 지역 색을 희석하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가 여기에 성공한다면 이에 따른 범 여권의 반작용 약화로 대선에서의 지역대결 구도 역시 전보다는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태희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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