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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존 이론' 검증/ 아인슈타인에 필적할 이론? 아니, 언론이 띄운 비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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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존 이론' 검증/ 아인슈타인에 필적할 이론? 아니, 언론이 띄운 비과학!

입력
2007.08.2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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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과학자 양동봉(53) 표준반양자물리연구원장이 단위를 통일했다며 제시한 ‘제로 존 이론’에 대해 한국물리학회가 공식 검증(본보 20일자 2면 보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주장이 과학으로 포장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 보도가 문제다

양 원장은 수년 전부터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등을 접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러 교수들이 그의 주장을 들었고, 잘못을 짚어주었으며, 읽을 만한 책도 주었다.

모 기업이 지원을 검토하니 검증을 해달라는 요청에 참여한 교수도 있었다. 그러나 입자물리학을 전공한 교수들은 “양 원장이 물리학을 제대로 아는 것 같지는 않다”며 해프닝으로 넘겨왔다.

하지만 이번에 물리학회가 공식적으로 나선 것은 이러한 해프닝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점 때문이다. <신동아> 8월호는 “75년 전 <신동아> 창간호에서 ‘조선민족의 전도(前途)의 대(大)경륜을 제시하는 전람회요, 토의장이요, 온양소’가 되겠다고 밝힌 염원이 실현되는 날이 될 수 있다”며 양 원장 관련 3개 기사를 들뜨게 보도했다. ‘세계 과학사 새로 쓴다’ ‘노벨상 0순위’ 등 제목이 달려 있다.

선정적인 표현보다 학계가 우려하는 것은 양 원장의 주장을 과학으로 포장한 대목이다. “양 원장의 논문을 13개월째 리뷰 중인 것은 그만큼 입자물리학계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건웅 박사의 글이 대표적이다.

또한 여러 대학의 부총장, 교수, 정부출연연구기관 박사 등이 양 원장의 이론을 지지하는 것으로 거론되었으며, 양 원장의 제로 존 이론의 결과와 세계 물리학계가 공인하는 실험측정치데이터(CODATA)를 비교하는 표도 실려있다.

물리학회 관계자는 “영구기관을 만들었다는 식의 소동은 언제나 있지만 <신동아> 의 보도로 인해 일반인이 현혹되고 헛된 투자를 하는 등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숫자는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

양 원장처럼 상수에 집착하는 현상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고등과학원 물리학과 이기명 교수는 “물리학에서 자연 상수를 측정이 아닌 이론으로 계산할 수 있는 마법의 공식(magic formula)을 찾으려는 시도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왕왕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약 137분의 1로 표현되는 미세구조상수다. 이 상수는 전자와 광자(光子) 사이의 상호작용의 크기를 나타내는 수로, 이에 따라 원자의 크기가 결정되는 등 입자물리학의 중요한 상수다.

1916년 아놀드 좀머펠트가 도입한 이래 이 상수가 어떤 공식으로 유도되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수 십년 동안 매달렸던 물리학자들이 적지 않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물론 상수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다 보면 새로운 물리법칙이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물리적 연관성 없이 수에만 집착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고 이 교수는 경계를 그었다.

단순히 숫자놀음만으로 어떤 특정한 수가 유도되도록 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중국 후단대 수학과 지시앙 추 교수는 2002년 깁스현상과 푸리에해석이라는 수학 방법을 이용해 CODATA에 나온 미세구조상수를 소수점 7째 자리까지 정확하게 유도해낸 논문을 발표하며 “기본적인 숫자를 복잡하게 조합하면 어떤 숫자라도 원하는 정확도로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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