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를 비판하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가장 잦은 비난은 공영방송답게 공정보도를 하지 않고 친정부적 왜곡보도를 일삼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니, 미운 털이 빠질 날이 없다. KBS에 대한 공격은 자사 출신들로부터도 나온다. 외부에는 양심선언처럼 비치는 자사 출신들의 비판은 더 예리한 상처를 입힌다.
최근에도 충격적 비판이 제기되었다. KBS 출신인 김인규 성균관대 초빙교수의 논문은 KBS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자녀 병역비리 논란을 편파적으로 보도했다고 폭로했다. 자녀 병역비리 논란이 1997년과 2002년에 각각 제기됐지만, 그가 여당 후보냐 야당 후보냐에 따라 보도태도가 크게 달랐다는 것이다.
● 이회창씨 관련 논란의 진위
여당 후보였을 때는 7~12월에 병역비리 의혹제기ㆍ공방 보도가 19건이었다. 그러나 5년 뒤 야당 후보였을 때는 7~10월에 병역비리 은폐시도 의혹 보도가 101건에 달했다. 김 교수는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의제 설정과 이슈화라는 TV뉴스의 관행적 편파성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통탄스런 관행이다.
많은 언론이 이 논문을 인용해 KBS의 해바라기성 보도를 준열하게 나무라고 반성을 촉구했다. 이회창씨 본인도 그 후 한 특강에서 이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그러나 다시 며칠 뒤 이런 주장을 뒤집는 또 하나의 충격적 글을 만나게 된다. KBS 방송문화연구팀이 위 논문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연구팀은 KBS의 보도를, 같은 기간의 A방송 B방송 C신문 D신문과 비교해 보고 있다. 보고서는 김 교수가 방송 3사와 신문사 등을 비교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언론사의 공통적 현상을 KBS만의 특수한 문제로 단정 지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보고서는 KBS의 병역비리 보도량이 5년 전에 비해 2002년 급격히 증가한 것은 뉴스가치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며, 모든 언론의 공통적 특징이었다고 주장한다.
즉 '의혹 제기형'과 '대립 갈등형' 보도 비율은 A방송과 B방송이 오히려 KBS보다 많았고, C신문은 KBS와 유사했으며 D신문은 KBS보다 적었다. 특히 편파성과 직접 관련 지어진 '의혹 제기형' 보도는 KBS가 가장 적었다는 것이다.
왜곡보도를 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정말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 내용은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이 문제는 하나의 사례일 뿐 거기에 깊이 간여할 생각은 없다.
부진한 KBS의 구조조정이나 방만한 경영 등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지만 선입견을 배제하고, 공영방송 KBS에 점철돼 있는 역사적 오점을 돌아 보는 일은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땡전뉴스'라는 말은 널리 알려져 있다. MBC에도 해당하는 이 말은 강의실에서도 자주 듣는 언론학 용어처럼 돼 있다. 전두환 정권 때 저녁 9시 시보가 '땡' 울리면 방송사 앵커가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로 시작하는 뉴스를 매일같이 내보낸 데서 비롯된 부끄러운 말이다. 전두환 정권과 민주정의당은 이런 방식으로 언론을 길들였다.
● 정치세력 사이 떠 있는 KBS
그러나 사회의 민주화 덕분에 KBS도 민정당과 그 후신인 한나라당의 통제를 벗어났다. KBS 경영진도 상당수가 진보적ㆍ개혁적 인사들로 바뀌었고, 보도방향도 진보적 성향을 띠었다.
지금 KBS가 친정부적 불공정보도를 한다고 집요하게 비판ㆍ공격하는 것은 주로 보수적 정당ㆍ언론들이다. 그 쪽에서 보았을 때는 예전 같지 않은 KBS가 불공정할지 모르나, 민주화 혹은 진보적 세력에서 보았을 때는 지켜야 할 보루다.
KBS는 적대적 정치세력 사이에 떠 있는 섬과 같다. 우리도 영국 BBC처럼 사회직능 대표로 구성된 경영위원회가 사장을 임면하는 등 근본적으로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KBS에 부는 정치바람을 사회가 막아줘야 한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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