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의 17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이 후보는 20일 오후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당 대선후보 경선 개표에서 13만893명(유효투표수)의 선거인단과 여론조사 대상자 5,049명의 득표수를 합산한 결과 8만1,084표를 얻어 7만8,632표를 얻은 박근혜 전 대표를 2,452표 차이로 눌렀다. 원희룡 의원은 2,398표, 홍준표 후보는 1,503표를 각각 얻었다.
이 후보는 3개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박 전 대표와 치열한 경합 끝에 432표 뒤졌으나, 일반국민 상대 여론조사에서 8.8% 포인트(표 환산 시 2,884표) 앞서 신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1년 넘게 계속된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는 막을 내리고 한나라당은 본격적인 대선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이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여러 분의 위대한 선택에 고개 숙여 한 없는 경의를 표하며 기쁜 마음과 겸허한 마음으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며 “태산 같은 당원동지들과 함께 반드시 정권을 되찾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우리 당은 국민이 믿고 정권을 맡길 수 있는 국민정당, 전국정당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제주에서 영.호남, 충청도, 강원도, 수도권까지 여러분의 절대적인 지지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지금 이 순간부터 저를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우리는 모두 하나다. 여러분 모두를 사랑한다”며 “반드시 정권을 되찾아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그 동안 함께 경쟁했던 박근혜, 홍준표, 원희룡 세 후보와 그 지지자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와 치하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제는 저와 손을 잡고 정권교체의 길로 나아가자. 특히 박근혜 후보께서 중심적 역할을 해 주실 것을 부탁 드리며, 동의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보태고 또 보태는 ‘덧셈의 정치’를 하겠다”면서 “역사를 창조하는 길은 지금부터 비로소 시작이기 때문에 저는 아직 영광을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등단한 박 전 대표는 연설을 통해 “경선 패배를 인정한다. 경선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오늘부터 저는 당원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이 후보께서 국민과 당원의 10년 염원을 명심해 정권교체에 성공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박 전 대표가 오히려 앞선 데다 표 차이도 당초 예상보다 적게 나면서 박 전 대표측의 실질적승복과 이 후보에 대한 협력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또 경선기간 중 양측이 극단적으로 대립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탓에 화합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표를 끌어안는 등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당 분열을 치유하면서 범 여권의 본격적 공세에 대처해야 하는 숙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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