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이 만 / 새터불가사의한 시 한 편, 사연 찾아 나선 작가
지난 17일자 한국일보를 읽다가 한 기사에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천 갈래의 바람이 되어> 열풍 되어 열도 휩쓸다’라는 제목의, 도쿄특파원 발 기사였다. 작자 미상의 ‘a thousand winds’라는 영시를, 작가이자 작곡ㆍ작사가 아라이 만(新井滿ㆍ61)이 번역해 곡을 붙였는데, 지금 일본 방방곡곡에서 이 노래 부르기 모임이 생겨나고 책 드라마 연극 영화로 만들어지는 등 국민노래가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천>
기사 말미에 번역 시 전문이 실려 있었다. 다시 옮겨본다. ‘나의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거기에 나는 없어요.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천 갈래의 바람이/ 천 갈래의 바람이 되어/ 저 광활한 하늘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햇살이 되어 밭을 비추고/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되고/ 아침엔 새가 되어 당신을 깨우고/ 저녁엔 별이 되어 당신을 지킵니다’
긴 여운을 주는 시다. 되풀이 읽고 있으면 천 갈래의 바람이 가슴 속을 가만히 흔들고 지나가는 듯하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위무하고 있다. 아라이 만이라면 몇 년 전 번역된, 음악가 에릭 사티의 생애를 소설화한 <에펠탑의 검은 고양이> 로 인상이 남은 작가다. 궁금한 생각에 찾아보니, 이 책 <천의 바람이 되어> 가 2005년에 이미 번역돼 있었다. 천의> 에펠탑의>
아라이 만이 암으로 죽은 친구 부인의 추모문집에서 우연히 ‘a thousnad winds’를 발견하고 지은이를 찾아나서는 과정, 노래로 만들게 된 사연,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과정 등을 쓴 책이다. 원작 시는 물론 아라이 만의 사연에도 감동이 있다. 작자도 연대도 모르는 한 편의 시가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 진솔한 언어가 어떻게 사람의 영혼을 흔드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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